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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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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⑭

‘회복탄력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한상윤.jpg
한 상 윤 한의사/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


하와이 군도 중 북서쪽 끝에 카우아이라는 섬이 위치해 있다. 현재는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지만 1950년대만 해도 이 섬은 오지였다. 섬 주민들은 지독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고 대다수가 범법자, 알콜 중독, 정신질환자였다고 한다.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 미국의 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이 섬으로 건너 와 연구를 시작했는데, 1955년도에 이 섬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추적 조사하는 연구였다. 

섬 주민의 인구 유동이 적었고, 극단적으로 열악한 사회경제적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생활을 장시간 그대로 연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다른 장소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사회과학에서 유명한 카우아이 종단연구이다. 

아이들이 30세가 넘도록 연구는 지속되었으며 90%에 가까운 인원이 끝까지 대상으로 남았다. 결국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날수록 사회적 부적응, 우울증, 범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 연구의 의의는 다른 곳에 있었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가장 불우한 환경의 201명 아이들 중 3분의 1은 환경을 극복하고 강한 자신감과 긍정성을 띠는 청년으로 성장한 것을 발견했다. 너무나 당연히 예상되는 운명과도 같은 역경을 극복한 그들의 심리적 특성을 연구하여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 이름 붙였다.         

 


 

회복탄력성을 기르기 위한 훈련과 교육 필요


회복탄력성은 본래 물리학에서 나온 용어로, 어떤 물질이 변형된 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복원력을 뜻한다. 

이 개념은 현재 심리학, 정신의학, 커뮤니케이션학, 사회학, 교육학 등 여러 학문분야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시련이나 실패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장애를 일으키지 않고 극복하여 지속적 발전을 이루는 능력으로 사용되고 있다. 

회복탄력성이 선천적으로 뛰어난 사람들도 있지만, 낮다 해도 충분히 후천적인 학습이나 훈련으로 개발될 수 있다. 한 개인이 살면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과 스트레스 속에서 회복탄력성이 훼손되기도 하고,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하는가에 따라 회복탄력성이 좋아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회복탄력성을 기르기 위한 훈련과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가 의학이다. 2012년 Medical Education 저널에 게재된 한 논문을 보면, 저자들은 회복탄력성을 심리학적 관점, 사회학적 관점, 윤리 도덕적 관점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심리학적 관점으로 보면 회복탄력적인 개인은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며 심리적 위협으로부터 무엇인가 의미를 발견하며 긍정적으로 대응한다. 사회학적 관점으로는 가족이나 조직, 이웃 등의 상호 신뢰와 유대감을 통해서 손상된 회복탄력성을 촉진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리 도덕적 관점에서는 일반적인 도덕적 기대에 위배되는 행동에 참여하거나 반복적으로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상처를 받게 되는데, 가해자 뿐 아니라 시스템 내에서의 수동성과 무력화 역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한다. 학생이 감정적으로 혼란스러운 사건에 개입할 수 없기에 발생하는 수동적 고통과 낮은 회복탄력성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있다. 


회복탄력성을 관리,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


실제 회복탄력성 검사 내용을 보면 자기조절 능력, 대인관계 능력, 긍정성 등의 세 분야를 측정하는 문항으로 구성된다. 의료인은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휴식이나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희생하기도 하며 다양한 사회관계 형성 부족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상당하다. 의료 환경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의료인의 회복탄력성을 관리,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의과대학 학생들 또한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많은 학업량과 그에 따른 크고 작은 시험들, 경쟁적인 학생 문화, 유급에 대한 두려움, 동기 및 선후배와의 관계 등 회복탄력성이 손상되기 쉬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회복탄력성을 개개인의 문제로만 여기고 방치하는 현실이라 생각한다. 예비 의료인으로서 회복탄력성에 대한 교육을 받고 그것을 인지함으로써 잘 관리하고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장차 행하게 될 의료의 수준과 연관되는 주요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대학에서는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먼저, 학생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건강 문제를 자기 관리의 문제로 학생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실제 학생이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인지, 육체적으로 힘든 점은 무엇인지 조사하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과 소통해 그들이 느끼는 불안, 두려움 해소


또한 학생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인식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많은 학생들은 자신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는 것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생각할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여유는 학업 소진을 예방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더불어 효율적 시간 관리에 대한 코칭이 이루어져야 하고 교수나 선배가 멘토가 되어 학생들의 고민이나 요구를 직접 들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시간을 관리하는 것은 효율적 자기 관리로 이어지게 되므로 중요하고 멘토링 제도를 통해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 간의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학교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학생이 실수나 실패에서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학습을 통해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적절한 피드백이 이루어져 지적 흥미를 자극해야 한다. 각 시험에서 뿐 아니라 유급한 학생들의 관리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이다. 학생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 스트레스에 공감하고 그것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한의과대학 학생들은 높은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며 보다 더 건강하고 성공적인 학교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의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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