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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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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정우열교수정우열 명예교수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지난 2월 14일, 새벽 4시 38분, 김포 우리병원에서 나는 사랑하는 아내 한솔을 하늘나라로 보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지 꼭 20일 만이다. 6년 전 진단 받은 ‘폐 섬유성질환’이 합병증인 기흉(氣胸)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20일 동안 아들, 딸과 함께 아침(10시반), 저녁(5시) 두차례씩 면회하면서 아내의 임종 때까지의 모습을 지켜 봤다. 물론 아내도 본인의 병이 현대 의학기술로 고칠 수 없다는 걸 알고 죽음에 대한 준비를 미리 했다.

불치성 질환이란 걸 알고 6년 전 이곳 김포로 이사 온뒤 매주 수요일 마다 장애인복지관과 청수성당에 나가 서예봉사를 했으며, 남편을 따라 의료봉사도 했다. 지난해(2018년) 11월엔 남편과 함께 건강보험공단에 가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작성했고, 각종 사회단체 및 종교단체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희사금도 보냈으며, 밀렸던 외상값도 깨끗이 정리했다.

그리고 본인이 나가고 있는 운양동 성당에 건축건립금은 물론 차동엽 신부가 운영하는 ‘미래사목연구소’에도 많은 기부금을 냈으며, 시어머니(윤안나)와 본인을 위한 연미사 헌금도 내어 자신의 사후 준비까지 철저히 했다. 이러한 사실은 아내가 간 뒤 확인됐다. 또한 힘든 중에도 남편 제자 딸 결혼 축하글도 써 주고, <경주정씨황산공종중사> 제자(題字) ‘뿌리를 찾아서’도 썼다. 이들 작품이 마지막 유작으로 남았다.



“여보, 그동안 고마웠어, 잘가!”



아내의 수첩에는 하느님 아버지께 드린다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있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께 제 마음을 드립니다. 저는 이석표 아녜스입니다. 제가 오래 전부터 원인도 모르는 폐섬유성질환이란 병명을 받고 지금 고통 중에 있는데, 5월 19일 기흉이라는 병이 또 찾아와 수술하고 여지까지 밖에 걸어나갈 수 없어서 집에 있는데요, 걷기만 해도 기침이 너무 나와서 누구와 이야기도 할 수 없어요, 갈길이 먼 길을 걷고 있어요, 희망을 심던 소중한 시간들이 다 허물어져 가는가 하고 슬퍼도 하고 한탄도 해봅니다.”

하느님을 향한 애절한 호소였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가슴이 메어지는듯 아팠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마 이글은 지난해 5월19일 아내가 기흉 수술을 받고 출입을 못한 채 집안에만 있을 때 쓴 것 같다. 사실 아내는 기흉 수술 뒤 바깥 출입을 못하고 휠체어로 겨우 출입을 하다 끝내 갔다.

14일 그날 새벽, 1시부터 4시38분까지 3시간 38분은 내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으며, 또한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꺼져가는 불을 보듯 안타까운 심정으로 아내의 임종을 지켜 봤다. 아들, 딸과 함께 열심히 기도했다. 평생 그렇게 기도 한 적은 없다. 난 그의 눈을 감겨 주며 “여보, 그동안 고마웠어. 잘가!” 그리고 그의 입술에 “여보, 사랑해!”하며 마지막 키스를 했다.옆에서 지켜보던 아들, 딸은 물론 간호사도 숙연해 했다. 정말 아들과 딸이 아니었다면 아내의 마지막 길을 이렇게 거룩하게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들 남원이, 딸 혜원이에게 아버지로서 정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직접 엄마의 임종은 지켜 보지 못했지만 멀리 뱅쿠버에서 엄마의 임종 소식을 듣고 통곡했을 큰아들에게도 위로를 보내고 싶다.

아내를 보낸 며칠 뒤 난 <한의신문>(2019.2.18, 제2201호)에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란 제목의 글을 우연히 읽었다. 그 글에서 좋은 죽음이란 사람들이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죽음이라 했다. 그런 뜻에서 보면 분명 아내의 죽음은 좋은 죽음이었다.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작성해 놓고, 남편과 아들,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갔으니 말이다.

만일 사전에 연명의료 중단결정을 안했더라면 아들, 딸들이 인공호흡기 착용(기도절개) 문제로 혼란해 했을 것이다. 또한 기도 절개를 했다면 지금까지 연명해 있을 줄 모르나 본인은 물론 자식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연명의료는 현대 의학으로는 더는 치료할 수 없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의학적 시술 가운데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2018년 2월 부터 이 법이 실시 됐고, 금년 3월 28일부터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또는 가족이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의 종류가 혈압상승제 치료나 체외생명유지술 등으로 확대됐다. 또 연명의료의 중단은 환자 본인의 의사뿐만 아니라 행방불명자를 제외한 환자 가족의 동의로 중단할 수 있는데, 가족 중 연락이 되지 않아 동의를 받기 어려운 행방불명자의 조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죽을 때 두려워하지 않아야 좋은 죽음이다



보사연, ‘죽음의 질 제고를 통해본 노년기 존엄성 확보 방안’ 보고에 의하면 죽음을 앞둔 사람을 위해 가족들이 가장 신경써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35,7%), 자주 접촉하여 사랑을 표현하는 것(23.5%), 신체 통증 감소를 위한 관리(21.0%)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그리고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 및 태도에 대해선 ‘임종 때 정신이 온전해야 좋은 죽음이다’라는 항목에 대해 전체의 80.9%가 (매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가능한 한 오래 살다 죽는 것이 좋은 죽음이다’와 관련해서는 전체의 63.3%가 ‘가능한 오래 살다 죽는 것만이 좋은 죽음은 아니다’라고 인식했다. ‘죽을 때 두려워하지 않아야 좋은 죽음이다’와 관련해서는 전체의 87.5%가 동의 했으며, ‘죽을 때 가족들의 관계가 나빠지면 좋은 죽음이 아니다’에 대해서는 88.2%가 동의했다.

‘간병비나 병원비로 가족을 고생시키고 죽는 것은 좋은 죽음이 아니다’에 대해서는 86.5%가 동의 했고, ‘죽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죽음이다’에 대해서는 95.0%가 동의 했다. ‘사람들이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죽음이 좋은 죽음이다’에 대해서는 84.9%가 동의 했고,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어야 좋은 죽음이다’에 대해서는 84.3%가 동의 했다. 또한 ‘죽은 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어야 좋은 죽음이다’에 대해서는 68.1%가 동의했고, ‘좋은 죽음이 되려면 생사와 관련된 결정을 본인이 해야한다’에 대해서는 90.2%가 동의 했다.

이와 관련, 정경희 선임연구위원은 좋은 죽음이란, “첫째, 좋은 죽음을 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은 자기 결정권이며, 둘째, 두려움 없이 담담히 맞이할 수 있는 죽음, 셋째, 본인, 가족, 보건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있어야 적절한 죽음 준비를 통한 좋은 죽음이 가능하다”면서 “웰다잉도 삶을 잘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단계 중 하나임을 인식시키고 웰다잉을 준비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강화되어야 하며, 웰다잉과 관련된 다양한 법률을 검토하여 여러 죽음의 형태에서 웰다잉이 구현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 안해



사람을 평가 할 때 ‘개관논정’(蓋棺論定)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그 사람에 대한 논의를 결정할 때는 관뚜껑을 덮을 때 하라는 뜻으로서,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란 어렵다는 말이다. 관뚜껑을 덮기 전에는, 그새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엄정한 평가는 죽은 뒤에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면 왜 죽음을 기점으로 잡을까? 여기엔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삶의 공덕과 허물을 따지는 일의 선후 때문일 수도 있다. 일생 내내 옳지 못한 짓을 하다가도, 도중에 마음이 돌아와 죽을 때까지 제대로 살았으면(先惡後善), 관뚜껑을 덮는 순간에 평가하기를, 그래도 개과천선(改過遷善)했으니 큰 허물을 덮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젊은 시절에는 정의에 불타는 행동으로 사람들을 감화시켰다 하더라도, 말년에 변절하여 구차한 생으로 마감한 이(先善後惡)는, 그 죽음에도 손가락질이 쏟아지기 쉽다.

오늘 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란 논제의 글을 보면서 남편인 동시에 생명윤리학자로서 아내의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다.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아내 한솔의 죽음은 거룩했으며, 또한 아름다웠고, 생명윤리학자의 입장에서는 시대적 선구자였다. 이런 의미에서 난 아내를 존경하며 영원히 사랑한다. “여보, 사랑해!”

톨스토이의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는 말로 오늘의 일기를 맺는다.



2019. 3.31.

새벽에 김포 하늘빛마을 여안당에서 한송 포옹 적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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