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콘텐츠가 가장 세계적이죠”

서울시 홍보대사 김현정 화가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최근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김현정 화가에게 한국 콘텐츠를 대중과 해외에 알리게 된 이유와 대중에 대한 한의학의 소통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김현정2동양화·한의학… 한국의 고유한 전통문화 세계에 충분히 어필 가능

-최근 서울시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만 근 30여년을 보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이 얼마나 아름답고 역사적 스토리가 풍부한 곳인지 알리는 일에 제 활동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설렌다.

-동양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예고 생활을 했던 저는 자연스레 전공을 염두에 두고 여러 화풍을 진지하게 탐색했고, 동양화 그 중에서도 수묵화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한국화의 재료를 접하기 시작하면서 확고하게 동양화에 맘을 굳히며 전공으로 삼았다. 고등학교 시절 오주석 선생님의 『한국의 美특강』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주로 김홍도 선생의 작품들을 ‘한국의 美’라는 관점에서 조명한 책인데, 그 때 우리 한국 미술의 아름답고도 뛰어난 전통에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무동>과 <씨름>에 나타난 김홍도 선생의 위트와 섬세한 관찰력, 그리고 생동감이 넘치는 운필 능력을 쫓고 싶었고, 그런 생각이 제가 동양화 고유의 기법과 재료를 고집하며 한국화를 계속하도록 이끌었다.

-2016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한국인 최연소 개인전을 개최했다.
제 작품 중에 <내숭:나를 움직이는 당신>은 한복 입은 내숭녀가 맥도널드 오토바이를 타는 그림이다. 한 외국인이 이 그림을 보고 ‘맥드라이브 스루는 있지만, 맥 딜리버리는 상상도 못했다. 정말 기발하다’ 칭찬해주셨다. 제 아이디어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라 소개하고, 한국의 배달 문화를 신나게 이야기해주며 저도 덩달아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한복은 한국인에게도 그리 익숙치 않은데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 막연한 걱정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의 풍속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한국의 문화를 알고자 하는 것을 보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실감했다.

-한의학에 대한 평소 생각은?
‘한의학’ 하면 침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릴 때부터 침 맞는 것이 아프고 무서웠던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왜 그렇게 무서워했는지 모르겠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오히려 몸이 찌뿌둥하거나 아플 때 한의원에 가서 침, 뜸, 물리치료를 받는다. 어릴 때 보았던 드라마 허준도 기억에 남는다. 워낙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라 꾸준히 시청했었는데, 한의학이 일반인들에게 문화적으로 깊숙이 들어온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 드라마를 계기로 미술이 대중문화로 자리잡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예술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사람들이 누리는 일상을 재치 있게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한국적인 의술인 한의학도 그림으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음에 한의원에서 치료를 하는 이야기를 표현해볼 계획이다.

-한의학도 수출 가능한 한국의 대표적 문화이다.
한의학은 개개인의 사상과 체질에 따라 진맥을 하고 궁합이 맞는 약재를 골라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의술로 알고 있다. 강력한 양약의 부작용을 감안한다면, 한약과 한방 침술의 슬로우 의술이 생활 속의 건강함을 실천하는 요즘 슬로 트렌드에 더 적합하다고 본다. 게다가 일반 병원 진료시간은 1분 30초라는 우스갯소리에 비하면 한의원은 환자와의 진료 시간이 꽤 길지 않나. 한의원에 가면 한의원 원장이 평소에 뭘 먹는지, 어떤 운동을 하는지, 예전에 어떤 병력을 지녔는지는 물론이고, 신체의 불편함 뿐만 아니라 마음의 화도 모두 진지하게 들어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현대 질병의 근원이라는 건 모두 아실 것이다. 병원에서 시시콜콜한 스트레스를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데 한의원에 가면 직장생활은 물론 가정에서의 소소한 문제,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까지도 이야기하게 된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게 치료의 일환으로 여기고 진지하게 들어주는 한의사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 사람의 전반적인 환경을 두루 살피며 접근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한의학은 ‘소통’이라는 개념을 적절하게 실천하고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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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한의학도 서양의학 못지않게 과학적인 의술인데,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의학에서 다루는 여러 개념을 외국인에게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학문적 연구가 과학적인 기술과 연계되어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약들을 보면 귀한 식물에서 추출한 경우가 많은데, 약재의 대부분을 식물 잎이나 뿌리에 기반을 둔 한약은 재래치료법을 고수한 보조약재라는 인식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 의술은 실제 해외를 나가보면 다르다. 유럽은 1인 주치의 시스템으로 환자를 오랜 시간 깊이 살피고 전담하고 있다. 약 처방도 깐깐하게 해서 불필요한 복용을 예방하는 한편, 수술보다는 운동을 권하고 약 복용보다는 전해 내려오는 구전치료법을 권한다.
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서양 의술은 한의학과 더 닮아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한의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들을 과학적인 수치나 근거로 정의할 수 있다면 사람들의 인식 전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요가나 명상 등 동양적인 문화가 외국에서 더 큰 인기를 끄는 것처럼 한의학이나 제가 하고 있는 한국화도 언젠가 사람들이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세계적인 문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릴 때 중점을 둬야 할 것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한국문화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 한국 문화는 5000년의 역사를 가졌다. ‘옛 것을 지키며 새로운 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문화를 알리는 게 전제돼야 하며,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어울리게 하는 참신함과 융통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복을 입은 내숭녀의 내숭이야기 시리즈는 동양 수묵과 담채 기법의 전통 위에 서양의 콜라주 기법을 조화롭게 표현한 작업이며, 일상의 위트 있는 상황포착으로 참신하다는 평가를 이끌어낸 작품이다. 전통 재료와 전통 화법을 전제로 한국화의 매력이 해외에서 내숭이야기가 주목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궁극적으로 제가 몸담고 있는 김현정아트센터의 사업적 성과와 맞물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는 국제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화가, 한국화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대중 앞에 널리 알리는 ‘문화 전도사’가 되고 싶다.
요즘 한류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K-POP, K-Drama, K-Movie 등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고 세계인들이 많이 향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에는 손재주가 좋은 나라로 유명한데, 왜 세계적인 아티스트에는 생각보다 한국 사람이 없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의문을 통해 현재의 한국의 미술시장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또한 저도 한류를 넓히는 데에 이바지 한다면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는 2017년도에 미국 최대 경제잡지 포브스에서 선정한 아시아에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됐다. 이 계기를 통해 K-Art, 한국화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활동에 매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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