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양방 협진, ‘양의진단, 한의치료’ 슬로건

C2202-35탈북한의사 김지은 원장(서울 강동구 김지은한의원)
[편집자 주] 탈북한의사 김지은 원장. 김 원장은 최근 본지에 ‘북한 고려의학의 특징’에 관한 장문의 기고문을 통해 북한 의료현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본란에서는 김지은 원장의 국내 생활상과 남북교류 활성화 방안을 들어봤다.


전통의학 용어 통일, 학술교류 기대
1회용 침과 부항 등 지원도 바람직
“통일되면 북한에서 진료하고 싶다”
남북 차이점은 시스템과 국민 인식

김지은 원장(김지은한의원·서울 강동구)은 북한에서 청진의학대학을 졸업하고, 구역병원에서 내과의사 6년, 소아과 입원실 의사 3년, 의학연구소 연구사 생활 1년을 거친 후 2002년에 탈북했다. 이후 세명대 한의대에 편입하여 국내에서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시험을 통해 공식적인 한의사면허를 취득했다. 부천에서 진한의원을 개원하다, 현재는 강동구에서 김지은한의원을 운영 중이다.
지난 설 명절기간 동안에는 지인들과 인도네시아에서 의료봉사를 한 것을 비롯 국내 요양원과 대안학교를 찾아 정기적인 의료봉사를 하며 타인들한테 받았던 도움과 배려를 갚아 나가고 있기도 하다.
그는 늘 행복하다고 말한다. 불행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한다. 행복할 때를 꼽는다면 아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라고 한다. 그는 탈북 당시 북에 6살된 아들을 두고 왔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북에 있던 아들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14년만의 상봉이었다. 그 아들이 지금은 대학원생으로 부쩍 성장해 있다. 아들과 함께하는 삶, 그리고 탈북한 동료들과의 교류 등 하루 하루가 늘 행복하다고 말한다.
다음은 한국에서 행복찾기에 성공한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어떤 과정을 거쳐 한의사가 됐는가?
북한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진료하는 의사로 활동했다. 탈북 이후 한국에서 한의사로 활동하기 까지는 참으로 힘든 여정이었다. 통일부서 북한의 고려의사 자격을 인정받았다. 교육부도 한국의 한의대 6년 졸업한 것과 같은 동등한 자격을 인정해줬다. 그러나 한의사 국가고시를 치를 수 없었다. 보건복지부가 “북한에 가서 졸업서류를 발급받아오라”고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북한으로 다시는 갈 수 없었다. 그래서 국내의 몇 개 한의과대학을 찾아가 호소했다. 하지만 한의과대학 입학처도 난색을 표명했다. “한국에서는 한 사람이 같은 전공을 두번 공부할 수 없다. 다른 학과를 선택한다면 가능할 수는 있지만 한의학과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절망과 황당함을 계속 맛보아야 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각계에 호소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드리는 진정서’를 작성해 국회에 청원을 했다.
2004년에 그 청원이 받아들여져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나가 처한 상황을 토로했다. 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게 자격검증을 해주던지, 한국 한의대에 편입하여 한의과 과정을 밟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북한에 가서 자격증을 가지고 오지 않고도 한국에서 일정한 심의를 거쳐 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보호법’을 수정해 줄 것을 청원했다.
이런 과정동안 세명대 한의대에 편입하여 한의과과정을 공부하게 됐고, 본과 3년 때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도 개정돼 북한에서 의료인으로 활동하던 새터민들이 한국에서 다시 대학공부를 하지 않고도 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이후 2009년 제64회 한의사국시에 당당히 합격해 대한민국의 한의사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 고려의학과 한의학의 차이점과 유사점은?
한의학은 전통의학이다. 남과 북의 전통은 다르지 않다. 다만 해방 후 몇 십년 동안 다른 의료법과 시스템하에서 발전되어 오는 동안 조금씩의 차이점이 생긴 것 같다. 첫째는 시스템의 차이다. 북한은 한·양방 협진이다. ‘양의학적 진단, 한의학적 치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양의던 한의던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한다.
둘째는 한의의료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인식이다. 북한은 국가가 고려의학을 살려내고 유지하는데 큰 관심을 가지고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대중에게 한의치료의 중요성 또는 가치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한다. 북한 사람들은 고려의학이 병을 치료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한의학을 보약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이 나쁜 의미는 결코 아니다.
셋째는 의료의 상업화다. 처음 한의원을 개원했을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잘 적응 중이다. 유사점은 약침의 예를 들고 싶다. 북한도 한국처럼 약침 시술을 하고 있다. 한국의 약침요법보다는 주사하는 양이 훨씬 많다. 비타민이나 신경통주사 같은 일반 주사도 약침처럼 혈자리에 주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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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에서의 진료 경험이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가?
북에서는 한·양방을 함께 했다. 고려의학을 전공했지만 10년간 내과, 소아과에서 근무하면서 한·양방을 협진하여 치료했다. 물론 현재 한의사로서 양방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북에서 한·양방을 협진하면서 진료했던 여러 경험들이 환자의 증상 호전이나 악화에 대한 설명, 치료과정 및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 한의학 분야의 교류 방안은?
북한의 의료현실이 열악하다. 북한 사람들도 한국과 같은 현대적인 의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이 의미가 있고, 폭넓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 고려의사들과의 학술교류도 좋고, 고려의학 용어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어 교정해 나가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의 전통의학 서적들을 서로 바꾸어 연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회용 침이나 1회용 부항을 지원하는 사업도 바람직하다. 한번 사용했던 침을 재래식 방법으로 소독해서 재사용하는 북한의 현실은 1회용 침이나 1회용 부항이 절실이 필요하다. 이는 의료도구를 지원한다는 개념을 넘어 의료문화를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의 학생들이 북한의 의료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의료체계는 어떤지, 어떤 정책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발전되어 왔는지를 알고자 했으면 좋겠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학생들이 향후 북한의 고려의학과 한국의 한의학을 잘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교류가 성숙하게 되면 향후에는 남북의 한의과대학 교수들간 교차 교육이나 한방병원간 교차 진료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는다.

– 남북통일 뒤 진료하고 싶은 곳은?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와 같은 애매한 질문이다. 하지만 나는 북한에서 진료하고 싶다. 삶의 터전까지 옮길지는 아직 모르겠다. 북에서 진료하고 싶은 이유는 내가 진료했던 병원의 의료현실을 좀 더 발전적으로 향상시키고 싶은 마음때문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받았던 감사함을 전파하고 싶다. 한국에서 살아보니 정말 근사하고 원하는 삶을 이뤄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선전하고 싶다.

– 자신만의 힐링 방법은?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운 과정들을 거치면서 왔다. 그 과정에 터득한 요령이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1%의 긍정을 찾자고 노력한다. 그것이 편했고 나를 잘 지탱해 주고 있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는 파주시 평화동산 쪽으로 드라이브를 한다. 차안에서 혼자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면 편안함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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