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의 침체 이유에 대한 ‘대중의 생각’ 분석

치과의사
이성오 진안치과원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과 의료, 그 사이’ 책을 쓴 이성오 진안치과 원장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자신이 생각하는 한의약 위축의 원인에 대해 들어본다.


우선 한의 관련 전문가도 아니고 치과의사라는 다른 근본을 갖고 있는 저에게 이런 기고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 이 책은 2016년 여름 박사논문을 토대로 만들었다. 제가 한의사가 아니라서 이 책을 한의 관련 전문가들에게 노출시키는데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주제이던 만큼 진정성과 객관성을 최우선 가치로 해서 집필했다.

치과의사가 굳이 한의 쪽 책까지 펴내나…
한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주위에 한의사들이 꽤 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자기 뜻을 펼치면서 산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제가 추측하기에 경제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면 ‘치과의사가 굳이 (한의 쪽에 관심을 갖고 책까지 펴내나)…논문도 치과 쪽으로 쓰지…’ 하는 반응이 나온다.

그런데 저는 이 책을 한의에 국한돼서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치과와 한의는 동전의 양면이다. 모든 의료는 다 연결돼 있다. 한쪽의 문제는 한쪽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둘째는 책에서도 밝힌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이다. 당시 저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믿고자 하는 것만 믿고 있었다. 이건 인류학에서 정말 제대로 배운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간에는 믿고자 하는 부분만 믿기는 하는데 개인이 아닌 전체 집단 다수가 이런 인식을 가졌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그 사건이 보여줬다. 한방에도 많은 오해들이 중첩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대중이 생각할 때 사실이 아닌 것도 있고 사실인 것도 있고 뒤섞여 있으니 아예 몽땅 오해하게 된다. 그래서 오해에 대한 기원을 알아보고 싶었다. 이는 한의뿐만 아니라 치과에도 해당되는 문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논문을 위한 조사를 하다 보니, 한의가 위축되는 원인은 대체적으로 비아그라, 건강기능식품, 그리고 양의의 억압 이렇게 분류됐다. 그런데 이렇게만 정리하기엔 뭔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치료하려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것도 인류학에서 배운 것인데, 예를 들면 비아그라의 등장으로 한의원에 발길이 많이 줄었다고만 얘기하지, 비아그라가 상품화되어 대중화되기까지 20년이 걸렸으며 대중이 생각하는 발기부전의 이유가 심리학적 원인에서 생리학적 원인으로 변화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내부적으로 이야기되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건강기능식품과 한약을 거의 비슷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적용되는 법은 서로 다르다. 결정적으로 건강기능식품은 광고가 허용된다. 사람들이 인식하는 게 비슷한데 법적으로 광고가 허용이 안 되면 게임은 끝난 거라고 본다. 현대사회에서 광고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알 것이다.
제가 말하고 싶은 바는 한의의 침체 이유에 대한 분석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졌지만 ‘대중의 생각’에 대한 부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의가 양의에 비해 훨씬 좋은데 대중은 언론이나 편견에 현혹되어 그러한 점을 알아주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는 여러 가지 추가 설명할 부분을 낳는다.

예를 들면 ‘한의가 잘 될 때도 있었는데 이때의 대중은 언론이나 편견에 현혹되지 않는 존재였는가?’ 하는 질문이나, ‘그때의 대중과 지금의 대중은 어떻게 다른가?’ 등등이다. 언론이나 편견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대중을 매우 수동적 존재로 여기는 게 문제다.

“침체의 이유,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이뤄져야”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이러한 ‘대중들의 생각에 대한 생각’이다. 대중들의 생각이 호황기에서 지금까지 어떻게 바뀌어왔고 여기에 어떤 부분이 개입했는지가 저의 주제이다. 제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제 근본이 치과의사라서 그렇다. 치과는 사람들의 생각에 매우 좌우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만 들자면 치과에는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지만 반드시,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교정이 대표적이다.

‘밥만 잘 먹으면 되지…’
생각하는 순간 교정은 망한다
만약 사람들이 ‘치열이 좀 고르지 않으면 어때? 밥만 잘 먹으면 되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교정은 망한다. 씹는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심미기능은 모두 사람들의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의를 생각했다. 물론 한의는 치과에 비해 경쟁자도 많다.

하지만 한의의 경쟁자들이 이렇게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진료에 틀을 만들어내어 영역의 폭과 깊이를 넓혀 온 것도 사실이다. 이를 다른 말로 ‘의료화’라고 하고, 의료화를 좌우하는 많은 부분이 신자유주의적 틀에 의해 야기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한의 관련 법조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현재 한의의 상황에 대한 진단이다. 제대로 된 진단이 있어야 치료방법이 나온다. 여기에는 원칙이 하나 있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오해하지 말자’이다.

의사가 환자를, 환자가 의사를, 양의가 한의를, 한의가 양의를, 자본이 의료를 지금껏 상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했던 행동이 실은 오해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을 방해하고 있었던 게 이런 면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마쳤다.
처음에도 말했던 것처럼 한의 선생님들에게 보이기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부족한 게 많은 책이다. 너그럽게 봐 주셨으면 감사하겠다.

<한의신문(www.akom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