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려의학의 특징4

C2195-29

고려의학 전공자들에게는 양의사 자격 부여

고려의학 전공자들이 배우는 양방과목 분량 상당
국내 한의대, 양방 강의 불구 실습을 할 수 없어

북한의 의학대학 교육의 두번째 특징은 양방졸업생이든 한방졸업생이든 해산방조에 동참하여 아기를 직접 받는 행위를 10명 이상 수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옆에 서서 지켜보는 것은 안되고 현장에서 직접 위생장갑을 끼고 산부인과 교수나 조산원의 어시스트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응급상황이나 혹시 뜻하지 않는 곳에서 산모를 만나게 되었을 때 나는 고려의사이기 때문에 어렵다거나 약사이기 때문에 아이를 받을 수 없다면서 회피했을 때 자칫 산모나 아이의 생명에 문제가 된다면 이는 의료인으로서의 기본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만나든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의료처치는 할 수 있어야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으로서의 자격을 받을 수 있다. 생명을 대하는 기본자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으로 생명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부여하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고 투덜거릴 수도 없다.

북한의 의학대학 교육의 세번째 특징은 의과대학을 다니던 중 중퇴하였을 때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의료현장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단 이 경우는 고려의학진단학이나 양방진단학 수업과정을 이수했을 때만 가능하다.
진단학 과목은 기초과목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수하며 진단학 과목을 기점으로 하여 본격적인 임상과목들을 배우게 된다. 진단학 과목을 이수하게 되면 환자를 만났을 때 병력청취를 비롯하여 기본적인 검사를 의뢰할 수 있으며 그 검사 결과를 보고 환자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단 이 경우 병원에서는 완전한 의사가 아닌 준의사로서의 행위 및 자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중퇴는 개인적인 피치못할 사유나 장기간의 질병 치료가 목적일 때 인정이 되지만 교권을 문란시키거나 학교나 사회에 도덕적인 잘못을 저지르고 벌칙으로 퇴학당할 때는 해당되지 않는다.
북한의 의학대학 과정의 네번째 특징은 대학 전 기간동안 외국어 과목이 필수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에서 중요시하고 있는 김일성, 김정일교시나 당정책과목 같은 것도 전 기간 공부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외국어 과목은 매 학기 꼼꼼하게 시험을 치르는, 북한 학생들에게는 꽤 부담이 많이 되는 과정이다.
외국어 수업은 중고등학교 때 본인이 전공한 외국어를 위주로 진행이 된다. 즉 중고등학교 때 영어를 공부했던 사람은 대학에서도 영어수업을, 러시아어를 공부했던 사람은 대학에서도 러시아어 수업을 받게 된다. 외국어 수업은 외국어 원서로 진행이 되며 시험도 해당 원서로 치르게 된다.

대학과정에 매 학생들은 자신이 전공한 외국어로 된 의학원서를 하나씩 정해야 하며 매 학기 그것을 번역하고 교수에게 제출한다. 보통 한학기에 30페이지 정도이다. 외국어 시험은 외국어 교수와 1:1로 치르게 되며 해당원서를 가지고 교수가 임의로 정해주는 페이지를 그 자리에서 번역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한 학기에 몇 십 페이지씩 번역을 하다 보면 대학 졸업할 때는 원서 1권씩은 번역을 마치게 되며 이는 곧 졸업시험 자격이 된다.

북한의 의학대학 과정의 다섯번째 특징은 고려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양방과목의 분량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나는 고려의학을 전공했었지만 내 기억으로는 양방 강의와 실습을 훨씬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려웠던 병리해부와 약리학, 그리고 정말 배우기 싫었던 피부과와 방사선학 과목들은 고려의학전공자이든, 양방전공자이든 힘들어 했던 과목이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피부과 전공자가 인기있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남과 북이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그런 과정들을 고스란이 경과하면서 이겨냈었기에 고려의학전공자들에게 고려의사와 양의사 자격 모두를 부여해줄 수 있었고 고려의학전공자였지만 양방 내과와 소아과에서 수년간 의료행위를 하면서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던 것 같다.

고려의사들에게 양방교육을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일정한 고려의학 과정을 교육시킨다. 고려의학의 기초와 침구학, 진단학 같은 과정은 양방전공자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교육내용이었고 힘들어 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어떤 상황에서도 고려의학적인 방법이 환자들한테 도움이 되는 경우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임상에서 양한방 치료방법의 협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교육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고려의학 전공자들에게는 양의사 자격을 부여하지만 양방전공자들에게는 고려의사자격을 따로 부여해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의 고려의학과정에서 양방 분량이 많기는 하지만 한국의 한의과대학에서도 상당한 분량의 양방 부분에 대한 강의가 진행된다. 다만 실습을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라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기본적인 교육에서는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지만 한국에서는 언급하지 않는 북한에서만의 과목이 있다. 바로 정신병학과 법의학이다. 정신병이나 전염병에서는 따로 동의 정신병학, 동의 전염병학으로 한방교재가 만들어져 있고 실습도 직접 정신병원에서 진행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도 정신병학이나 전염병에 대한 이론 강의는 진행한다. 하지만 북한은 단순한 강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정신병원에 가서 환자들을 만나고 직접 문진하고 대화하고 병실에 머무르면서 그들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관찰한다.
한국의 학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정신병학은 사실 배울 때 흥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 환청 및 조증, 울증 나아가서는 정신분열증 등에 대하여 이론교육과 함께 실습까지 정신병원에서 진행된다.
정신병원은 “ㄷ”자 형 담장으로 둘러쌓여 있고 출입문은 오직 한곳뿐이다. 환자상태의 경중에 따라 병동이 따로 배치되어 있고 입퇴원수속은 철저하다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거의 한달 정도 출퇴근을 하면서 수업이 진행되었으며 처음에는 흥미로움도 있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점차 심리적으로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북한의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는 법의학에 대한 부분을 한국보다는 아주 구체적으로 교육한다. 물론 법의학교육의 내용에는 우발적인 사고(의료사고나 기타 원인불명의 사고발생으로 인한 사망)들에 대한 사인규명 같은 것은 물론이고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예후나 질병치료 후 사회에 진출해도 될 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위해서도 필수이다.
내가 그동안 했던 환자 치료가 정확했는지를 법의학의사가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진료하는 의료인들에게 법의사는 다소 두려운 존재이다. 이는 법의의사에게 자신의 질병상태와 향후 질병의 예후에 대하여 판단을 받게 되고 그 판단에 따라 내 삶의 일부분이 결정되기 때문에 환자에게도 법의사는 두려운 존재이다.

예를 들면 신우신염으로 진단받고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왔던 환자가 있다. 최소 6개월의 치료를 받은 다음에는 법의학감정을 받아야 한다. 법의학의사는 환자의 상태와 검사소견, 그리고 문진을 통하여 지금처럼 계속 자택에서 치료받게 할지, 일하면서 통원치료를 받게 할지 결정한다.
물론 환자 입장에서는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도 북한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배급과 월급을 지급받으면서 치료를 받기를 원한다. 또는 법의사의 감정결과에 따라 하루 4시간만 일할지, 6시간만 일할지도 결정이 되기 때문에 법의사의 권한은 크며 의사와 환자 누구한테도 영향력은 막강하다. 법의사가 혼자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담당의사와 환자의 해당질환의 과장, 병원의 기술부원장 등 여러 사람의 협의 하에 결정하지만 최종결정권자는 법의학의사이다.

<한의신문(www.akom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