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⑧

22-1한 상 윤 한의사/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
한의학 거꾸로 학습하기?!


학생들은 정면을 응시하며 교수와 칠판 혹은 스크린에 집중한다. 중요하다 싶은 것은 책에 밑줄을 긋거나 필기한다. 강의실 안에는 교수자의 강의하는 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뿐 다른 잡음은 들리지 않는다.
대학 강의를 떠올리면 누구나 연상되는 전통적 강의실의 모습일 것이다. 특히 방대한 양의 지식을 학습해야 하는 의학 전공의 학생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매우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지식정보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도 바뀌게 되었고, 교육 역시 일방향의 전통적인 지식 전달형 방식에서 ICT 기술을 활용한 다양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시도하게 되었다. 지금은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Flipped Learning’도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거꾸로 학습’이라고 알려져 있는 ‘Flipped Learning’은 말 그대로 전통적인 강의-학습 방식을 뒤바꾼 것이다. 교수자의 강의를 듣고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업 전에 미리 배포된 동영상이나 기타 자료를 통해 학습자가 핵심 내용을 파악한 후, 본 수업 시간에는 여러 활동이나 토론을 통해 학습한 지식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즉, 학교 강의는 집에서 듣고, 기존의 과제와 학습 활동들은 강의실에서 하는 것이다.
‘Flipped Learning’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 방식으로, 교수자는 지식의 전달자라고 하기보다는 학습의 촉진자로서 역할을 한다.

학습자가 능동적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강의를 설계하고 학습 자료를 배포한다. 여기서는 강의가 중심이 아니라 학습자간의 소통과 상호 협력 학습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학습자는 의사소통능력을 기를 수 있고, 다양한 상호작용과 동료학습을 통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며 결국 학업성취도 향상을 이룰 수 있다. 또한 학습 계획과 관리에 있어서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반복 학습이 가능해져 학습 내용의 이해도가 증가하며 팀 학습을 통해 문제 해결력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하는 교수 학습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들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사전학습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미리 학습되어 있지 않은 학생은 본 수업 시간에 다른 학습자와 격차가 벌어져 본인의 학업 결과에 만족하지 못함과 동시에 팀 학습의 다른 학습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Flipped Learning이 되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사전 학습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과 적절한 길이의 동영상 강의와 학습 자료를 포함한 IT 기반의 학습 환경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수업 시간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동료 학습 프로그램과 평가가 필요하다. 각자가 학습한 지식을 적용하고 동료와 함께 토론하여 지식을 확장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끄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Flipped Learning은 법학, 수학, 어학, 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수업에 활용되고 있으며 그 효과가 우수하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미국의 MIT는 일찌감치 모든 교육 자료들을 무료로 공개하여 Flipped Learning의 기반을 만들었으며 현재 하버드, 스탠포드, 예일 등의 명문 학교에서 Flipped Learning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2012년부터 Flipped Learning을 도입하여 점차 확대시켜왔으며 그 결과 학교측은 비용 절감하는 효과가 있고 학습자는 학업 성취도 제고의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KAIST와 서울대에서도 일부 과목에서 Flipped Learning을 활용하고 있으며 각 대학으로 확산해 나가는 추세에 있다.

최근 들어 의학 교육에서도 Flipped Learning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의학과에서는 일부 과목의 수업에 적극 도입하여 진행하고 있다. 2017년에 발표된 ‘기초의학 과목에서 동영상 사전 학습을 적용한 플립드 러닝의 만족도 연구’라는 논문을 보면, 모 대학의 ‘신경해부 및 실습’이라는 과목을 Flipped Learning으로 진행하였는데 수업의 이해도와 학업성취도가 높아지며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기초의학 과목의 수업을 사전 학습(동영상 시청 및 퀴즈), 본시 학습(사전 학습 확인 퀴즈, 모둠활동, 요약 및 복습), 사후 학습(온라인 질의응답 및 피드백)으로 재설계하여 진행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의학 교육에서도 의사학이나 원전학의 교육에 Flipped Learning을 적극 도입,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대전대학교 의사학교실에서는 일부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전공들도 시도하여 성과를 내는데 한의학이라고 못할 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각 대학이 처한 환경이나 역량, 학문적 차이 등으로 인해 똑같이 적용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또한 교수자의 선호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교육방식의 변화를 강제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각 학교나 전공과목 별로 위원회를 조직하여 인프라를 구축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도록 변형하거나 재설계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한의학이라는 학문적 특성상 생소하고 어려운 개념을 기존의 교육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그 새로운 방식으로 학습자들이 어려운 개념이나 지식을 전보다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당장은 어렵지만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한의학을 거꾸로 학습하여 환자와 잘 소통하고, 학습한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는 능력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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