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일용직 근로자인가?”

2197-33김 영 호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이사

보건소 · 공공기관의 한의사 기간제 근로자 형태의 채용 ‘문제 심각’
“공적 영역에서의 한의사 위상 확보 위해 결코 좌시해선 안돼”
한의협 등 한의사 처우 및 불합리한 채용기준 개선 발벗고 나서야

공중보건한의사를 제외하고 공공기관에 채용돼 있는 한의사가 꽤 많다. 그런데 한의사를 채용하는 시  ·  도 지역 보건소의 채용행태에 큰 문제가 있어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도 최근 보건소에 지원했다가 어이없는 불합격 통보를 받고 그 문제점을 직접 경험한 바 있어 이 글을 쓰게 됐다.
최근 여러 보건소나 공공기관에서 기간제 근로자 형태로 한의사를 채용하고 있는데 그 형태가 일용직 기간제 근로자 혹은 6급 약무직, 심지어 7급 주무관의 형태로 뽑는 곳도 있다. 그나마 정규직처럼 신분을 보장받는 곳은 좀 낫다.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계약직이나 일용직 형태는 심각한 문제다(심지어 일용직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 이런 채용 선례는 다른 기관으로 급속하게 퍼지게 된다.
기간제로 한의사를 채용하려면 특정 보건사업을 한시적으로 운영할 때 가능한 채용형태다. 3개월 내지 6개월 이하의 기간에 한방보건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채용하여야 하는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상시적으로 한방진료실이 설치되어 있고 관내 주민을 지속적으로 진료하는 곳에서 기간제로 한의사를 채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기간제로 채용을 하게 되면 시  ·  군  ·  구청에서 직접 채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보건소에서 채용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기간제 의사를 채용하는 기준이 없다보니 기존의 일용직 기간제 근로자(간호사, 영양사 등)를 채용할 때와 같은 기준을 끌어와 채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의 채용 기준을 마련해본 적이 없는 일반 행정직 직원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기준으로 심사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규 지원자는 기존 근무자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진입이 쉽지 않다. 기존 근무자를 위해 채점 기준이 수시로 바뀌거나 면접 점수에서 차등을 두어 신규 진입을 불허하는 형태다.
심사 기준을 알려주지 않고 불합격 통보를 받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이유도 모르고 떨어진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또 지원하더라도 거의 대부분 불합격하게 될 것이다. 그 기준은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여기에 적기도 민망하다. 이 모든 이유가 한의사를 일용직 기간제 근로자의 형태로 채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보건소측에서는 치과의사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한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치과의사의 경우 대부분 1명 채용에 1명이 지원하거나 지원자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한의사의 경우 1명 채용에 5명에서 심지어 50명(강남 쪽 모 보건소의 경우)까지 지원을 하다 보니 보건소나 지자체측에서는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기존 근무자가 그만두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기준으로 신규 지원자를 계속 낙방시킨다.
일개 한의사가 정부를 상대로 다툴 여력이 없다. 필자는 지부 이사를 10년 이상 해왔고 공중보건의를 마치며 후임 한의사 자리를 계약직 ‘나’급(계약직 ‘가’급은 전문의) 형태로 제안하며 전역을 하였기에 이 과정을 자세히 알지만 대부분의 지원자들을 자세한 내막을 알 리가 없다.
한의사 1명 채용에 수십 명의 한의사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 행정실을 줄지어 쭉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 보건소 공무원들의 눈빛에는 추락하는 한의계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그들의 마음이 투영된다. 일당 20만원 남짓의 일용직(서울의 어느 구는 16만원 인 곳도 있음)에 연연하는 것 같아서 탈락에 대하여 항의하지도 않았다. 서글픈 슬픔이 오랫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한의사는 의사와 동일하게 5급으로 채용되어야 하며 최소한 계약직 형태로 채용되어야 한다. 의사는 지원자가 없어서 더 높은 처우를 해주어야 하고 한의사는 지원자가 넘쳐서 낮은 처우에도 침묵해서는 안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의사 보건소장이 합법이라고 권고해준 마당에 복지부는 의사협회 눈치를 보며 지자체 권한이라고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 과정에 전국의 수많은 한의사들은 자신의 능력에 걸맞는 정당한 심사기준으로 심사받지 못하고 내부자들끼리의 ‘깜깜이 심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한의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경제적 수입과 사회적 위치가 큰 축이다. 사회적 위치는 개원가의 입지 뿐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보장받는 위치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5급 정규직으로 채용되는데 어떤 곳에서는 7급 혹은 일용직 기간제 노동자로 채용되고 있는 현실을 대한한의사협회가 좌시해서는 안 된다.
채용된 한의사들은 근처에 한의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계약을 위해 진료에만 투입되고 있다. 채용되어 있다 해도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1년짜리 파리 목숨이다. 진료가 아닌 관내 주민의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에 중점을 기울여야 하는 기관으로서 한의사의 역할을 주장할 입장이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채용 구조에서는 한의학 박사 혹은 한의사 전문의가 보건소에 지원을 해도 근무하고 있는 임상 1년차 한의사에게 밀려 불합격 통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수많은 공직한의사분들의 조언과 대한한의사협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공적 영역에서 한의사의 처우와 불합리한 채용기준이 개선되기를 바란다.
한의사가 공적 영역에서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 우리의 공적 지위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모른다. 급여, 대우, 채용기준이 아무리 터무니 없어도, 지금과 같이 지원자가 넘치는 구조라면 그들은 바뀌지 않는다. 중앙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ps: 공중보건한의사가 없는 모든 도시형 보건소에서 진료 업무가 아닌 건강 증진 사업을 위한 한의사 1인 의무 채용이 실현되는 날이 오길 희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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