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최승훈 교수님최승훈
한약진흥재단 이사장
단국대학교 교수

우리 한의학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도 그만 세계화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중의학이 전 세계 전통의학계를 석권하고 우리들도 순식간에 그 영향권 아래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금 한의계는 어느 때보다 새해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우선 올해부터 추나요법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가 실시됩니다. 척추를 중심으로 구조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의 이니셔티브를 잡은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척추 뿐만 아니라 인체의 구조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요법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주로 인체의 기능에 대한 치료에 머물렀던 한의약이 이제는 구조에 대한 치료 영역을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턱관절균형요법(FCST)이나 통증매선요법 역시 이에 해당합니다. 단순히 임상가의 수입 증대 효과 뿐만이 아니라 한의약의 영역 확대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한의약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최대점을 지향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새해에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시범사업이 실시될 예정입니다.
2천여 년에 걸쳐 한의학은 한약과 침구를 중요한 치료수단으로 활용하였습니다. 그러나 한약의 높은 수가는 한의학 대중화의 장애가 되었습니다. 이제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서 한약 보편화의 길이 열렸습니다.
중국이 탕제를 건강보험에 포함시킨 2009년부터 중약 복용을 원하는 환자가 매년 20%씩 신장해서 병원에서 근무하는 중의사들은 밀려오는 환자를 치료하느라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一日 외래환자 1만명 이상 되는 중의병원이 중국 전역에는 수십 군데입니다.
첩약이 건강보험에 포함되면 그 수요가 量的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한약의 유통 관리 등 관련 서비스의 質的 향상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의학 제2의 전성기가 오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그동안 배제되었던 장애인 건강주치의제와 만성 질환관리제로 대표되는 커뮤니티케어에도 정부와 국회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참여가 예상됩니다.
공공의료 분야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입니다. 양의학보다 한의학은 본질적으로 더 환자중심 의료입니다. 국민 건강 수호를 위해서도 이미 이 제도에 참여했어야 했습니다. 부연하자면 한의학은 1차 보건의료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2, 3차 양방 의료기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암 등 난치 질환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4차 의료기관이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한의학의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이달 열리는 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회(World Health Organization Executive Board: WHO EB)에 전통의학이 포함된 ICD-11이 제출되고 5월 세계보건총회 (World Health Assembly: WHA)에서 승인될 예정입니다.
이제 한의학이 본격적으로 세계 주류의학에 합류하는 것입니다. 세계화의 도구를 공식적으로 획득하게 됩니다. 앞으로 할 일은 우리 전통의학을 담고 있는 ICD-11 26장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알차게 채우고 다듬어 가는 것입니다. 전 세계 인류의 보건을 담당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효과, 안전성, 저렴, 간편 등을 충족시키는 한의학을 담아내야 합니다.
우리 한의학이 후진국가에 진출해서 큰 소리 치는 것은 우리가 바라는 세계화의 진면목이 아닙니다.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세계화는 그 대가도 저렴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의료선진국가에서 통할 수 있고 또 그들과 대화하고 협력 융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진정으로 우리가 희망하는 세계화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다시 피드백 되어 우리들도 그 열매를 함께 향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큰 틀에서 세계화의 길목에 들어서는 올해에, 우리에게 한의학의 세계화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냉정하게 짚어보아야 합니다. 과거 문민정부 시절 세계화가 뭔지도 모르고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세계화를 외쳤다가 국가적 위기 IMF사태를 초래한 적이 있습니다.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그 길목에서 우리 한의학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도 그만 세계화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말하자면 중의학이 전 세계 전통의학계를 석권하고 우리들도 순식간에 그 영향권 아래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중의학은 우리가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 법적 제도적 사회적 현실적 문제들 대부분을 이미 오래 전에 해결하였습니다. 반 세기 넘게 국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온 중의학은 요즘 매우 부러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KISTEP)에서는 한의약 기술을 중국 대비 84.3% 수준으로 평가하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고 물론 量的으로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 빨리 중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중의학의 쓰나미를 뒤집어쓰게 됩니다. 400여 년 전 漢醫學이 없었다면 우리가 내세우는 東醫寶鑑이 가능했겠습니까? 지금도 그처럼 巨人에 올라타는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質로 승부하는 전략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주변과는 항상 경쟁과 협력 관계입니다. 지금 중국과는 협력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한의대 교육의 혁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현 협회가 출범 당시 중국식 일원화를 제시했었지만, 기대했던 양의계와의 共助 가능성이 좌절되면서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은 양의학에 整骨醫學을 더 학습하는 미국의 정골의사(Doctor of Osteopathy: DO) 와 같은 방식으로 귀결되었습니다. 相對를 생각하는 게임에서 絶對를 추구하는 프레임으로 바뀐 겁니다. 그래야 양의사를 능가하는 역량을 지닌 한의 의료인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 시대 한의대의 존재이유와 가치입니다. 어차피 그렇게 갈 수밖에 없고, 바로 여기에 한의계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주체가 되는 한의대는 교과과정에서부터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망설이거나 서성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새해에는 한의대 교수들 스스로 혁신의 주체가 되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의신문(www.akom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