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 정부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아 제도권 내에 정착돼야”

이상기 회장
전국 시도지부장 릴레이 인터뷰-11
이상기 제주특별자치도한의사회장

한의사 권익 지키고 증대시키려면 내부적으로 단결해야
재일제주 어르신 대상 ‘오사카 의료봉사’ 큰 보람 느껴

제주특별자치도한의사회(이하 제주도한의사회) 이상기 회장은 무엇보다 내부 결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취임 후 매년 5월 창립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회원들과의 소통과 통합을 위해서다.
이렇게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제주도한의사회는 산후첩약사업과 한의난임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으며 일본 오사카지역으로 이주한 재일제주인 어르신들을 위해 진행한 한의의료봉사는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 진한 감동의 여운을 남겨 놓았다.
희망찬 새해에는 청소년 월경곤란증 한의약 치료 지원사업과 제주한의약연구원 정관 개정을 통한 한의약을 활용한 건강증진 및 치료사업(치매)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이 회장.
그는 “한의사는 의료법에서 엄연히 의료인으로 규정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제약을 받으며 진료를 하고 있다. 우리의 권익을 지켜내고 증대시키려면 내부적으로 단결해야 한다”며 정부로부터 한의약이 제대로 평가받고 제도권 내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한의계가 힘을 하나로 모으기를 바랐다.
다음은 이상기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1. 제주도한의사회는 어떠한 사업들을 추진해 왔나?
2012년부터 시작한 산후첩약사업과 2013년부터 시작한 한의난임지원사업을 중단 없이 시행해 왔다. 산후첩약사업 시행 전에는 제주도민들에게 문화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산후조리용 첩약 3일분 요구 현상이 사업 시행 이후 자연스럽게 사라져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평균적으로 연 5000여명의 출산자 중 과반수가 이 산후첩약쿠폰을 이용하는데 그 어떤 정책보다도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제주한의약연구원과 함께 산후첩약 경험 산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 더욱 확대되면 산모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부터 실시한 한의난임지원사업은 2018년부터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공통된 치료 메뉴얼을 만드는 등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내년에는 이 두 사업의 사업비가 올해보다 증액돼 추진될 예정이어서 고무적이다.

1962년 5월14일이 제주도한의사회가 창립된 날이다. 취임 후 매년 5월 창립기념행사를 회원들과 함께 개최하면서 교류와 친목을 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제주 4.3사건 발생 70주년을 맞아 4.3 평화공원내에서 회원들과 함께 추모하는 행사를 통해 제주의 아픔을 함께 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제주도한의사회가 처음으로 해외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일제강점기와 4.3사건 때 일본 오사카지역으로 이주한 재일제주인 1세대 어르신들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한의사회 오사카 한의의료봉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의 한의약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주 한의약 홍보체험관’을 제주한의약연구원과 함께 입찰, 유치해 개관 중이다. 제주도한의사회 회원 6명이 주 2회(수요일, 토요일)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현장접수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의사 진료 상담 및 한의약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한의약에 대한 인지도를 제고하고 외국인환자 유치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제주한의약연구원의 협조를 받아 제주도한의사회 소속 회원들의 한의약 인프라 수요조사 및 탕제 안전성 평가를 시행했다. 탕제안전성 검사는 각 한의원의 다빈도 처방 3종류를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검사 결과 증서를 발급함으로써 안심하고 한의원 한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제주개발공사와 협약을 맺어 삼다수로 한약을 달이는 한의원 지정 판넬 제작과 시중보다 저렴하게 삼다수를 공급하고 있다.

2. 회무를 추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
이제는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느껴지는데 제주도한의사회 중앙대의원 자격문제로 중앙회와 법적 소송 중이었던 2년 전이 가장 힘들었다. 우리 내부의 문제여서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없는 것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2심에서 멈추고 대법원 소송으로 가지 않은 선택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제주 4.3 사건 70주년을 기념해 일본 오사카지역에 거주하는 재일제주인 어르신을 위한 한의의료봉사였다. 해방 전과 후에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인들이 오사카의 츠루하시 근처에 모여 지내시는데 본인들도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고생하면서도 모은 돈을 고향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기부하거나 도서관, 마을회관을 지어 기증했다고 한다. 이분들을 위해 자그마한 보답을 해드리고자 제주지역 한의사 6명이 뜻을 모아 지난 5월31일부터 6월3일까지 3박4일 동안 한의의료봉사를 펼쳤다. 그때의 가슴 벅찬 감동은 아직도 진한 여운을 남겨놓았다.

3.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내년에는 청소년 건강증진을 위한 월경곤란증 한의약치료 지원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추진했던 ‘제주한의약 육성을 위한 조례안’이 결과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했지만 그 대안으로 제주한의약연구원 정관 개정을 통해 한의약을 활용한 건강증진 및 치료사업(치매)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4.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리카 가나에 개소한 ‘한의클리닉센터’에서 고생하고 계실 강우영 제주도한의사회 전 의장님이다. 가나 정부가 한의사 면허를 처음으로 인정해줌으로써 진입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셨다. 이제 마지막 삶을 아프리카 가나에서 봉사하며 마치고 싶다는 선배님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2017년 송별식에서 아프리카 가나 제주지부 분회장으로 임명했다.

5. 좌우명은 무엇인가?
몇 년 전부터 되새기는 것이 있는데 ‘이 세상은 나의 반영이다’가 그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세상은 오로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나의 세상은 나의 업식에 의해 달라질 것이기에 평소 생각과 말과 행동에 정성을 다하고자 한다.

6.힘들고 지칠 때 재충전을 위한 나만의 힐링법은 무엇인가?
뭔가를 하려고 애쓰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여 그냥 쉰다. 저항하지 않고 피하지 않으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수용하는 법을 많은 시간과 돈을 지불하고서야 깨우쳤다. 그런데 산다는 것은 애쓰지 않고 쉬었다가 조금 지나면 다시 또 뭔가를 하려 애쓰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 같다. 마치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7.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먼저 지난 3년간 격려와 지지 그리고 만족스럽지 못해도 지켜봐주신 제주도한의사회 회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는 작지만 뭉치면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낼 힘이 있다. 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알게된 것이 중앙회와 16개 지부 모두가 곳곳에서 한의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한의사가 쓰는 도구들(한약, 침, 부항, 추나, 약침 등)이 정부로부터 제대로 평가받고 제도적으로 정착되기 위해 우리 내부의 작은 차이에 분열하지 않고 힘을 집중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했으면 한다.

8. 한의사가 되고자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학생 때의 장점을 학생 때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저 역시 그랬다. 앞서간 선배들의 길을 참고하고 학문적으로도 다양한 관점을 접해보기를 바란다. 한의사가 사용하는 도구들은 위대하다. 아직 실전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을 뿐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다보면 자기의 길을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9. 질문드린 것 이외에 남기고 싶은 말은?
대한민국에서 한의사는 의료법에 의료인으로 규정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제약을 받으면서 진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권익을 지켜내고 증대시키려면 내부적으로 단결해야 한다. 2019년부터 추나요법이 건강보험 급여에 들어가게 됐다. 몇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앙회와 16개 지부 회원들이 협력해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잘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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