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日本 모르고 있는 日本人(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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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현재는 10년, 20년 후의 대한민국

“일본 정부는 유아-노인 일체 사업이라 하여 보육원이나 유치원을 가능한 고령자 거주 시설과 나란히 짓는다.
종이접기, 찰흙 빚기, 화초 가꾸기 등과 같이 아이들과 노인들 모두가 함께 놀이를 즐기게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의 현재는 10년, 20년 후의 대한민국’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국내총생산 성장률 그래프를 겹쳐 놓으면 그래프의 모양은 놀라울 정도로 똑같단다. 단지 20년의 차이만 날 뿐이다. 그래서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일본이 그랬듯 우리나라도 마이너스 성장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단지 경제의 측면만이 아니라 정치의 후진성(?)이나 사회, 예능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현재 일본의 모습이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데 참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특히나 급격하게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을 거울삼아 노인 문제를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도쿄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 곳이나 노인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바퀴가 달린 작은 가방을 끌고 거리를 오가거나,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거나 찻집에 앉아 차를 마시는 노인들의 모습은 하나의 익숙한 풍경화 같다. 슈퍼마켓 매장의 상품 진열이나 정리, 역 구내의 청소, 완장을 차고 역 주변의 불법주차 및 자전거 단속에서부터 길거리 흡연자 계도 등은 정정한 노인들의 몫이다.
필자가 속한 와세다대학 내 벤치에는 스케치북과 물감을 앞에 놓고 진지하게 교정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단체로 캠퍼스 투어를 하는 노인들 속에 서 있노라면 나는 그저 청년이다.

일본 전체 인구 중 만 70세 이상 고령자 20% 넘어서
도쿄 외곽으로 나가면 서행하는 아담한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다. 차의 뒤창에는 녹색 네잎 클로버 모양의 실버 마크 스티커가 붙어 있다. 운전자가 70세 이상이라는 표시다. 우리의 ‘아기가 타고 있어요’가 아니라 ‘노인이 운전하고 있어요’라는 표시로 조심하라는 의미다.
급기야 일본의 전체 인구(1억2718만:2018년 추계) 중 만 70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통계청 추산으로 2,561만명인 북한의 전체 인구보다 더 많은 2,600만명이 70세 이상 고령자인 셈이다. 이렇게 된 이유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団塊世代:1947~49년생)가 지난해부터 70대에 접어든 탓이다.
베이비 붐 세대란 전후에 태어난 사람을 뜻하는데 나라에 따라 연령대가 다르다. 우리의 경우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가족계획정책이 시행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약 900만명이 해당되고, 미국은 1946년부터 1964년까지 태어난 7200만명이, 일본은 1947년부터 1949년까지 출생한 806만명이 베이비 붐 세대에 속한다.
필자도 여기에 해당되지만,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은 경제성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한국 경제 발전의 주역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들이 취업난을 겪으면서 취업과 결혼이 늦어져 노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과 함께 자녀에 대한 지출의 부담까지도 지게 됐다. 그래서 중간에 끼여 있다고 해서 ‘낀세대’라고 한다던가?

고령자 시설 확충, 안전·편의 시설 마련에 부심
참고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일 때 고령화사회, 14% 이상일 때 고령사회, 20% 이상일 때 초고령사회라 한다. 일본은 2006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프랑스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데 115년이 걸렸다고 한다. 일본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데 24년, 그리고 초고령사회까지 가는데 고작 12년 걸렸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가 됐다.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 중 13.2%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된다면 2020년에는 15.7%가 되고 2030년에는 24.3%, 2040년에는 32.3%, 2050년에는 37.4%가 된다. 2050년에는 세계에서 65세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될 것이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는 저출산 여파로 아이들이 크게 줄자 도시공원법을 개정하여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어린이 놀이기구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노인들을 배려한 ‘건강기구’ 의 설치를 늘려왔다. 그 결과 도시공원 내 그네는 전체의 90%까지, 시소는 60%, 정글짐은 20% 줄었고, 노인들을 위한 건강 운동기구는 51.5배로 늘어났다.
도서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고객층이 달라졌다. 고령자 발길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돈 걱정 없이 신문, 잡지, 책, PC, 시청각 자료 등을 이용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일정소득 없이 연금 생활하는 고령자에게는 그 어떤 장소보다 편하고 고마운 곳이 됐다.
그러나 도서관을 찾는 목적이 독서 등 문화생활이 아닌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무료하고 긴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처럼 보이게 됐다. 젊은 층은 노인들을 피해 카페나 커피숍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이렇게 되다 보니 도서관이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노인만 남는 기형적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정년퇴임 후 정체성을 잃어가는 노인들 모습에서 도서관은 책을 보러 오는 장소가 아닌 현실도피 장소 같다는 불평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금껏 없었던 문제가 발생한다. 도서관 안에서 길을 잃거나 코 골며 낮잠 자고, 요실금으로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현재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30%에 육박하는 일본 사회는 오는 2060년에는 국민 4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이 되는 후기 초고령사회가 된다.
고령화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다가올 후기 고령사회를 위해 노인 전용 도서관 설립과 같은 대책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계단 대신 장애인 통로와 같은 완만한 통로를 만들거나 통행로 손잡이 설치, 시각·청각이 불편한 고령자를 위한 시설 확충을 비롯한 안전·편의 시설의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세 개 현의 쓰나미 피해지역서 5700개 금고 발견
일본의 종합병원에는 ‘고령자 클리닉’이 있다. 노인들만 진료하는 이른바 노인 내과다. 치매(癡:어리석을 치, 呆:어리석을 매)라는 말도 본래 ‘어리석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 환자를 비하한다는 지적에 따라 인지증(認知症)으로 바꿨다. 고령 친화적인 분위기로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일본 정부는 유아-노인 일체 사업이라 하여 보육원이나 유치원을 가능한 고령자 거주 시설과 나란히 짓도록 하고 예산도 지원한다. 종이접기, 찰흙 빚기, 화초 가꾸기 등과 같이 아이들과 노인들 모두에게 필요한 놀이를 즐기게 하는 것이다.
일본의 노년층은 부자다. 버블시대에 돈을 많이 벌었다. 더구나 일본인 특유의 알뜰함과 검소함으로 부를 축적했다. 1500조 엔에 달하는 개인 금융자산의 80%는 50세 이상이 보유 중이다. 그들은 돈을 은행에 저금하지 않는다. 사실 1%도 되지 않는 예금 금리를 감안하면 굳이 은행까지 찾아가는게 귀찮은 일인 것이다.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일본 노인들의 필수 품목은 금고다. 우스개 소리(?) 같지만 일본 정부는 노인들이 다다미 밑에 감추어 둔 돈을 어떻게 끌어내어 내수 경기를 살릴까가 큰 고민이라고 한다. 그렇다보니 도쿄의 주택가, 상점, 백화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금고 가게를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도호쿠 대지진 때, 일본 경찰청은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등 세 개 현의 쓰나미 피해지역에서 5700개의 금고를 발견해 이중 96%를 주인에게 돌려주었다고 한다. 거대한 쓰나미에 집과 건물이 송두리째 쓸려 나가면서 집안에 고이 모셔두었던 금고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다음 기회에는 일본 사회가 노인들이 보다 아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버산업의 지향점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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