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나요법 급여화, 어렵게 낳아 키운 자식 장가보낸 심정”

전 국민의 사랑받는 추나로 만들겠다던 약속 30여년만에 지켜
다른 한의 치료법도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 열어

신준식 회장(명예이사장)

신 준 식 대한한방병원협회장(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어려움을 가지고 태어난 자식, 가슴앓이 해 키워 장가보낸 심정이다”

한국 추나의학을 발굴해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임상에 도입한 신준식 대한한방병원협회장(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은 추나요법 건강보험 급여화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선친의 치료법을 보고 잊혀져 가던 한방 수기요법을 재정립해 건강보험 급여화가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가슴 절절한 지난 30년 세월의 마음 고생이 고스란히 배어났다.

신 회장은 의사이자 한의사였던 선친 청파 신현표 선생이 탈구 환자를 수기요법으로 치료하는 모습을 보며 한방 수기요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를 이어온 한의사 집안에서 자라 1920년부터 1940년대까지 독립운동에 몸을 던졌던 청파 선생은 해방 이후 의사로 복귀했지만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 일환으로 핍박받았던 한의학을 되살려야겠다는 강한 의지로 1957년 50세가 넘은 나이에 한의사 시험을 합격했다.

이후 객관화, 표준화돼있는 양방의 장점과 풍부한 임상경험이 장점인 한방을 접목해 환자를 치료하며 집안대대로 내려오던 치료법들을 정리해 전수하고자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서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청파험방요결’이다. 현재 척추질환 치료에 자주 쓰이는 한약 ‘청파전’도 여기에 서술돼 있다.

35년 전 청파 선생이 허리를 다쳐 척추질환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시자 비수술 요법으로 척추질환을 고치는 의사가 될 것을 결심한 신 회장은 오직 한 길만을 걸어왔다.

경희한의대 재학 시절 의기 투합한 동료 6명과 ‘자생의 학회’를 조직해 흩어져 있는 전통 수기치료법을 재정립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 1989년 수기요법에 관심 있는 전국 한의사들을 모집해 대한추나학회(현 척추신경추나
의학회)를 창립했으나 당시 한의계 내부에서 조차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이후 현 시대에 맞는 발전된 추나로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외국 수기요법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국 추나 고전으로 뼈대를 잡고 외국 수기요법들의 장점만을 들여와 살을 붙여 한국 사람의 체형에 맞는 수기요법으로 재정립한 것.

하지만 법적 미비로 한방의료행위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자 관련 근거자료를 제출해 1994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추나요법은 한방 의료행위’라는 유권해석을 받음으로써 사태를 매듭지었다.

신 회장은 이렇게 재정립된 추나요법을 표준화·과학 화해 한의계에 공유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교육위원 50여명을 주도적으로 교육시켜 한의사가 다른 한의사를 가르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는 해마다 100여명의 교육위원들이 배출되고 있다. 1995년에는 표준화된 교육을 위해 직접 ‘한국 추나학’ 교재를
출판하고 추나요법의 테크닉은 표준화된 진료지침을 만들어 수록했다.

모든 추나요법의 테크닉을 담은 6개의 동영상(지침편, 경추편, 골반요추편, 흉추편, 상지편, 하지편)도 제작해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전국한의과대학공통교재를 출판해 12개 전국 한
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표준화된 추나 교육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와함께 신 회장은 1990년도부터 추나베드를 가지고 다니며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 추나요법과 동작침의 효과를 알리기 위해 애썼다.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라 하더라도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지난 11월29일 추나요법 건강보험 급여화를 결정하는데 탄탄한 토대가 됐다.

“추나학회 창립 총회에서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해 추나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약 30여년 만에 지키게 됐다. 어려움을 가지고 태어난 자식, 가슴앓이 해 키워 장가보낸 심정이다. 선친이 척추질환으
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한과 이로인한 결심이 없었다면 한가지 신념을 갖고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신 회장은 앞으로 굉장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민의 뜨거운 관심은 네이버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내년 3월부터는 비수술적 치료로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려는 환자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을 시작으로 다른 한의 치료법들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다음은 추나 치료영역 확대라고 말하는 신 회장.

그에 따르면 추나요법이 근골격계 질환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난임, 만성질환, 순환기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MD와 동등한 자격을 갖고 있는 DO가 순환기, 내분비계 등에 추나를 응용한 치료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추나도 점차 발전시켜 치료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신 회장은 한의학이 가야할 방향은 ‘통합의학’에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한의학’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의학의 변천사를 보더라도 의술이나 의철학이 그 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고 꾸준히 발전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한양방 갈등 국면을 들여다 보면 정치적 이유를 중
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진정 무엇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양방의 장점과 한방의 장점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학이 좀 더 발전돼야 할 것이다. 현대한의학도 그러한 관점에서 통합의학의 시대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신 회장은 서양의학적 관점의 해석도 중요하지만 한의학의 본질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중의학을 기초로 현대의학을 접목시켜 통합의학으로 다시 녹여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해 중의사는 모든 의료기기 사용이 가능하고 동서양의 관점에 따라 치료가 이뤄진다. 유독 우리나라 한의사만 진료에 제한이 많은데 현대 한의학은 이러한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치료의학으로서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한의학은 우수한 관이 많다 보니 일각에서는 타인의 것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오히려 배척하는 경우가 있다. 전 세계의 의학이 표준화돼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구태의연한 사고
를 버리고 열린 사고로 타인의 의견도 받아들여 표준화된 현대한의학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어 신 회장은 대한한의사협회의 역할과 회원들의 협조를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이해집단의 투쟁도구로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계 전체를 아우르며 모든 동료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 내기를 바랐다. 그리고 한의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회원들이 선택한 집행부에 적극적으
로 협조하는 것이 먼저임을 조언했다.

“내 자식도 다 내 맘 같지 않고 흡족하지 않을 진데 전문직종이 어떻게 다 내 맘 같이 흡족할 수 있겠는가.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무엇이 이익인지를 잘 판단해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격려하면서 하나로
힘을 모아 결과적으로 한의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인도해 나갔으면 한다. 회원들의 선택은 민심이고 투표를 통해 민심이 선택한 집행부라면 한의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많은 분들이 집행부를 중심으로 도움을 주고 협조해
야 할 것이다.”

2009년 실손보험 표준약관에서 이유 없이 한의가 빠지자 지난 8년간 동분서주한 신 회장은 표준약관 재개정을 위해 문제 삼았던 통계도 해결된 만큼 내년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한의계에 “전반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건강보험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건강보험에서의 한의 비중이 적어도 7%까지는 높아져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실손보험에도 하루빨리 포함돼야 한다. 그러면 한의학의 중흥시대는 다시 올 것이다. 이를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을 기울여 나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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