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진정한 ‘건강’을 위한 치료로 통합 암 치료 대두

한의대생의 미국의 통합 암 치료 탐방기
2018 KIOM 글로벌 원정대 대상 수상 팀 K.F.C.(Korean Future Cancer system)
팀장 이성민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3학년
임채원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1학년


‘암(cancer)’은 현재 국내 사망률 1위이다. 중앙암등록본부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계속 증가하던 암 질환 사망률이 약간의 감소 추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가장 높은 사망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치료법의 개발과 지속적인 투자 덕분에 5년 암 생존율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높아진 생존율은 암 환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 향상을 의미하진 않는다. 암 환자들은 긴 항암 치료 기간 중 오심, 구토, 식욕 부진 등의 극심한 부작용을 겪게 된다.
이에 중국, 미국을 중심으로 기존의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과 함께 검증된 보완대체의학을 함께 치료에 응용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15년 U.S News Health ‘Best hospitals for cancer’의 상위 5개 암센터인 MD Anderson Cancer Center,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Mayo Clinic, Dana-Farber Cancer Center, University of Washington Medical Center에서는 모두 통합 암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4명의 경희대, 동국대, 상지대 한의과대학 학생들은 ‘K.F.C.(Korean Future Cancer system)’라는 팀을 만들어 미국의 통합 암 치료 센터 탐방을 목표로 삼게 되었다. 동국대학교 예방의학교실 현민경 교수의 자문을 받아 체계적인 문헌 조사와 함께 국내 사전조사를 시행했다. 그 후 치열했던 1차 서류, 2차 발표심사를 거쳐 올 여름, 한의학연구원에서 주최한 ‘글로벌 원정대’에 선정돼 미국의 통합 암 치료 관련 기관을 방문할 수 있었다.
팀 K.F.C.는 사전에 문헌 조사 결과 확보한 120여명의 미국 통합 암 치료 전문가에게 메일을 보냈고 총 5명과의 인터뷰를 확정했다. 해당 지역에서 추가로 찾아간 전문가까지 총 10여명의 통합 암 치료 관련자를 만날 수 있었다. 방문 기관은 다음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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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프레드 허치 종합 암센터
그 중 시애틀 지역의 유니언 호수(Lake Union) 부근에 위치하여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프레드 허치(Fred hutchinson cancer research center, Fred Hutch)’는 ‘미 국립 암 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e, NCI)’가 지정한 종합 암 센터 중 한곳이다. 1972년에 설립된 이후 노벨상 수상자 3명을 배출한 Fred Hutch는 ‘워싱턴 의과대학 병원(University of Washington Medicine hospital)’, ‘시애틀 소아병원(Seattle Chindren’s)’과 함께 ‘시애틀 암 연합(Seattle Cancer Care Alliance, SCCA)’을 이루고 있다. 연구 기관과 임상 기관들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어 정보 공유가 수월하며, 환자들 역시 만족도가 높다.
팀 K.F.C.는 Fred Hutch연구소의 Marian L. Neuhouser 박사와 인터뷰를 했다. Marian 박사는 SCCA는 의료진들이 팀을 이루어 환자의 치료부터 예후까지 함께 관리하며 의료진들은 Tumor board라는 정기적 모임과 ‘통합 암 학회(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SIO)’에서 의학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Marian 박사는 통합 암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했고, 연구에 있어서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2018년 11월1일부로 SCCA에 소속된 ‘자연의학의사(Naturopathic Doctor,ND)’이며 전 SIO 회장직을 지낸 Heather Greenlee의 주도로 Fred Hutch 내에 ‘통합 의학 센터(Integrative clinic)’가 개설된다는 것이었다. 과학적인 근거를 중시하고 암 연구에 선도적인 Fred Hutch 연구소에서 침 치료가 주가 되는 Integrative clinic을 개설한다는 점은 통합 암 치료가 분명한 흐름이라는 것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Fred Hutch에서는 11월1일에 그들의 통합 의학 센터 설립에 대한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Fred Hutch 환자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센터 내 통합 의료 센터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Heather Greenlee는 “통합의료센터는 환자가 통합 의료에 대해 모든 것을 질문하는 공간이 될 것” 이라며 “환자가 어떠한 치료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보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것” 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통합의료센터에서 여러 전문가와의 협력을 통해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수준의 암 센터에서 센터 내 통합의료센터를 자발적으로 개설하고, 그러한 센터를 관장하는 사람이 전인적인 관점을 기반으로 한국의 한의사와 유사한 교육을 받으며 침 치료를 시행하는 ‘자연의학의사(Naturopathic Doctor, ND)’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 했다.

LA, UCLA Center for East West Medicine(CEWM)
시애틀에서의 일정을 마무리 한 후, 팀 K.F.C.는 LA에 있는 UCLA Center for East West Medicine(CEWM)의 종양학자인 Tony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UCLA의과대학을 나온 의사이며 Holism, 전인적인 관점을 중요시했다. 센터에서는 종양학자, 외과의, 중의사들이 상호 존중하며 팀을 이루어 최선의 치료를 계획했다.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겠지만 직업군을 막론하고 서로 존중하며 일을 하는 모습은 인터뷰 내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는 바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의과대학생들과 함께 통합 종양학 수업 청강을 권유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비행기 일정으로 인해 정말 아쉽게도 수업은 듣지 못하였지만 그와의 인터뷰는 인상 깊었다. 암 치료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생존율 역시 증가시켜야 한다면서 통합의학이 이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덴버, 콜로라도 의과대학 통합의료센터
다음으로 우리가 도착한 도시는 덴버였다.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덴버는 시골의 한적함과 도시의 반짝임을 모두 지닌 매력적인 곳이었다. 콜로라도 의과대학 통합의료센터에 들어서자 내과 의사이자 통합 의료에 관심이 많은 Lisa Corbin 박사는 동료인 Steve Tung과 함께 우리를 매우 반갑게 맞아주었다. 미국에서 인터뷰를 하였던 전문가들 중에 우리를 가장 따뜻하게 반겨 주었고, 병동 구경을 시켜 주며 실제 임상 현장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다.
“지금의 통합의학은 서양의학적 치료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대안적 측면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고 우리의 도전과제는 암 환자들에 대한 치료에 있어 좀 더 초기의 치료 단계에 보완대체의학이 진입하는 것이다”라고 Lisa 박사는 말했다. 실제로 통합의료센터에는 암 예방을 위해 방문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암 치료가 끝난 뒤 정신적, 신체적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내원하는 환자들도 있었는데 이를 통해 통합 암 치료의 환자군이 예방부터 치료, 후유증 관리까지 다양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Lisa 박사는 이러한 양상에 대해 “암에 대한 생존률이 증가함에 따라 병원에서도 환자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고 뒷받침했다.
아울러 센터 내 대다수의 의사들은 덴버 지역에 통합의료센터가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고 Lisa 박사는 말했다. 특히 콜로라도 의과대학 암 센터와 가까운 거리에서 연계되어 있어 개방적이고, 다양한 치료 자원이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보였다.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통합 암 센터
연수의 마지막을 장식한 도시는 뉴욕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세계적인 암센터인 메모리얼 슬로언 통합 암 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Bendheim Integrative medicine)를 방문했다. 일전에 이 곳에서 윤형준 한의사가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적이 있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 후 개인 클리닉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박지혁 한의사를 마지막으로 방문해 미국 탐방 일정동안 궁금했던 것과 느낀 점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박지혁 한의사께서는 학부생 수준에서 부터 통합 종양학 교육의 중요성과 표준화된 한의 임상 정보를 기반으로 한 통합 의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었으나 한의원에 예약된 환자가 내원하여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암 치료, 한의사들이 중요한 한 축 담당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는 ‘건강(health)’을 단순히 질병과 손상이 없음에 국한하지 않고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 상태(well being)로 정의하고 있다. 암 환자는 수술과 항암 치료 이후에도 후유증을 겪으며 치료 기간이 길다. 이 때 환자의 진정한 ‘건강’을 위한 치료로 통합 암 치료가 대두되고 있는 흐름은 분명해 보였다.
우리가 탐방했던 미국의 통합 암센터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보완대체의학은 침술이었고,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으며 ‘Traditional Chinese Medicine(TCM)’이라 하여 중의학에 대한 관심 또한 증대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침에 관한 이론적 배경 혹은 치료는 기본적인 수준이었으며, 한국의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많았다. 아울러 미국의 의사는 일정의 수련 기간을 거치면 침 시술 자격증을 얻을 수 있었지만, 우리가 방문했던 통합 암센터에서는 중의학 면허자를 선호했으며, 상호 존중을 통해 협진을 했다. 실제로 통합 암 치료에서 침 시술을 시행하는 인력 대다수가 한의학 의료 문화권 출신이었다.
한국은 침에 관한 전문적 의료인인 한의사가 존재한다. 따라서 보다 전문적인 양질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일례로 마약성 진통제(opioid) 투약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침을 비롯한 한의학이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한의진료를 통해 항암제 내성 극복, 삶의 질 향상, 생존율 연장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암 치료는 환자의 특성별로 다르게 접근하게 되는데 암의 예방, 치료, 퇴원 과정 중에서의 중재자 역할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한의사들은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이다. 아직까지 한국의 국립 암센터에는 한의사 인력이 부재하다. 국립 암센터의 미션은 국민의 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고 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암센터가 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암센터라 불리는 미국의 암센터들은 통합 암 치료를 시행하며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통합 암 치료는 국립 암센터의 목표에 분명히 부합해 보였다. 따라서 한의계에서도 표준화된 통합 종양학 교육이 이루어지고, 한의대의 통합 암센터가 보다 활성화 된다면 국립 암센터에서 환자들이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하며 통합 암치료를 받는 모습은 요원한 일이 아닐 것이다. 끝으로 우리의 팀명이었던 K.F.C.(Korean Future Cancer system) 처럼 가까운 미래 한국의 암 환자들이 보다 폭 넓은 치료를 선택 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그들이 중심이 되는 건강한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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