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와 공존의 가치가 중요한 시대, 한의계에서 꼭 필요한 연구 기관으로 만들 것”

오수석

오수석 한의학정책연구원장


〉〉〉 침·뜸 수가의 현실적인 반영 위한 연구 등 회원이 필요로 하는 연구 매진
〉〉〉 외부 연구용역 적극 수주·타 연구단체와의 공동 연구 등으로 위상 강화
〉〉〉 회원들과의 간극 줄이기 위해서도 정책보고서 발간 등 다양한 방안 강구

Q. 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소감은?
지금까지 한의학정책연구원장 자리는 공공기관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던 인사들이 주로 임명돼 왔다. 이번에 한의사로서는 최초로 임명되는 셈인데, 이는 한의학정책연구원이 제대로 역할을 해달라는 뜻이 담긴 듯해 솔직히 부담이 된다. 그러나 앞으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연구원의 위상을 정립, 한의계에서 꼭 필요한 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Q. 한의학정책연구원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보는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보고 있다. 즉 연구와 소통이다. ‘연구’의 경우에는 보험·의무·약무와 관련된 정책을 연구하는 기능이며, ‘소통’의 영역에서는 연구된 자료를 가지고 대한한의사협회와 함께 유관기관들에게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소통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
지금까지 한의학정책연구원은 존재감이 미약했다는 평가는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향후 일반 회원들이 ‘우리 한의협에도 한의학정책연구원이라는 곳이 있었네’라는 인식이 심어지고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실질적인 연구를 진행해 나가는 것은 물론 외부 연구용역을 많이 수주해 연구원의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다. 또한 대학을 비롯한 보건의료정책을 연구하는 단체와의 공동연구에도 많이 참여해 연구역량을 높여나가는 한편 매년 연구보고서를 발간해 연구원에서 이뤄졌던 연구성과를 회원들이 공유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Q. 한의계에서는 보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중점적으로 추진할 보험과 관련된 연구 및 정책이 있다면?
한의계의 당면한 과제는 ‘과연 젊은 세대를 어떻게 한의원으로 유입시킬 수 있느냐’가 아닐까 한다. 즉 과거에는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한의원에 가서 약을 지어 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부모가 됐을 때 아이가 허약하면 한의원으로 가는 문화가 생성이 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러한 경험을 한 세대가 줄어들다 보니 한의계에 위기가 왔다고 보고 있다.
향후 초·중·고 교과서에 한의학과 관련된 내용이 얼마나 들어갈 수 있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 허준 선생과 ‘동의보감’이 그냥 위대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고만 인식하고 있지, 왜? 어떻게? 위대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는 현실에서 이러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당장 한의원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연구하는 것 역시 병행해 나갈 것이다. 예를 들어 왕뜸을 비롯한 특수한 뜸들이 건강보험수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근거를 개발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
또한 단일과 체계인 한의과는 상대가치가 필요 없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조삼모사의 방식으로 수가를 반영하다보니 침 수가가 물가상승률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실질적인 인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연구를 추진했으면 한다.

Q. 한의계의 어려움을 초래한 원인 및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건강보험이라는 제도권 내의 진입 부족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경험상 한의계는 제도가 만들어질 때 무조건 참여하고,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면 되는데 너무 멀리까지의 문제를 바라보고 거기에만 매달리다보니 기회를 놓친 사례가 많은 것 같다. 지금이라도 기회가 있을 때는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추나요법, 첩약, 한약제제 등 처음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우선은 제도에 들어가 경험과 근거를 축적하다 보면 자연스레 한의계로 돌아오는 파이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회원들과 연구원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방안은?
회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의학정책연구원에 대한 지금까지의 비판에 대해 나 자신 역시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아마도 한의사 당사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고민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부족해서 한의학정책연구원 본연의 설립 목적과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회원과의 간극을 줄이고, 연구원이 회원들의 신뢰 속에서 활동을 펼쳐나가기 위해 이제부터는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외부연구용역을 많이 수주해 연구원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경영환경도 개선시켜 장기적으로 대한약사회의 약학정보원처럼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이밖에도 여건이 된다면 대기업 경제연구소들에서 주기적으로 경제 이슈를 브리핑하듯, 대내외적으로 한의학과 관련된 정보들을 종합해서 공유하고 싶고, 더불어 연구성과를 회원들과 나눌 수 있도록 정책보고서를 발행하겠다.

Q. 향후 한의학·한의사에 대한 전망은?
한의학은 번창하겠지만 한의사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제 제도를 만드는 주권이 정부에서 소비자에게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한의학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한의학이 재평가받고 번창할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 굳은 믿음을 갖고 있다. 그리고 서로의 경계가 무너지는 융합형 지혜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만큼 한의계에서도 이러한 시대에 대비해 한의학을 기반으로 하는 융합형 치료모델을 만들어 내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다.

Q. 그외 하고 싶은 말은?
이제 공유와 공존의 가치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 즉 우리 것은 절대 내어 줄 수 없고, 남의 것은 빼앗아 와야 된다는 낡은 사고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존에 가진 사고의 프레임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이제 한의계도 먼저 선제적으로 제도권 내에 들어가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의사와 약사 등 타 직능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의계가 공세적으로 제도 개선을 위해 아젠다를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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