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가 인권침해?… 환자와 의사 위한 것”

이재명 지사 경기도민 91%가 찬성의사 신뢰 회복해야

경기도,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 토론회개최

CCTV 토론회
12일 열린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시범운영에 따른 토론회‘ 모습. 사진= 경기 인터넷방송 캡처

수술실 CCTV 설치를 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의료계가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이재명 지사와 시민환자단체는 ‘알 권리’를 주장했고, 의료계는 ‘의사와 환자의 인권 침해’를 이유로 들어 맞섰다.

경기도는 12일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이 지사를 비롯한 각 기관단체장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시범운영에 따른 토론회‘를 개최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문제가 워낙 의료계의 반발이 심한 현안인 만큼 토론회는 원래 예정됐던 80분 간의 토론 시간을 훌쩍 넘어 약 110여분간 진행됐다.

이 지사는 먼저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에 대해 “경기도 수술실 CCTV 도입 관련 도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기도민 91%가 수술실 CCTV 운영에 찬성한다”면서 “의료계 일각에서는 대리수술, 성추행 등이 발생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일부터 수술실 CCTV 운영 시범사업에 들어간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의 시범사업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지난 10일간 운영된 수술실 CCTV 운영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수술 건수는 총 54건이었고 이 중 환자가 동의한 건수는 24건(44.4%)이었다.

이 지사는 “내년부터는 6곳 경기도의료원 수술실에 CCTV 의무 장착을 확대 시행하겠지만 기본적인 입장은 환자가 CCTV 촬영에 동의를 하는 경우에만 실시한다”며 “(인권침해나 영상 유출 문제 등)어떤 문제점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정책을 안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시행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영상 유출로 환자 인권침해 발생할 것

의료계에서는 먼저 수술실 CCTV 운영은 자칫 영상 유출로 인한 환자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중구 경기도의사회 부의장은 “전국적으로 연간 200만 건이 넘는 수술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중 과연 범법행위가 몇 건이나 있는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면서 “감시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환자의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환자의 노출된 신체 정보가 해킹으로 인터넷에 무단 유출될 우려가 있다”면서 “보안 잘한다는 은행도 뚫린다. 심지어 국방부도 뚫리는 세상에 보안을 철저히 한다 해도 안전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강 부의장은 “의사가 수술에 집중해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길”이라며 “인권과 알권리를 존중하고 있는 선진국조차도 CCTV를 운영하는 나라가 없다”고 설명했다.

◇환자단체 “인권침해 예방 차원에서 필요” 반박

환자단체는 경기도의료원 내 수술실 CCTV 운영은 도리어 환자의 ‘인권침해 예방’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맞섰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수술실 CCTV는 환자의 정밀한 부위를 보려고 설치되는 게 아니다”면서 “수술 집도의로 누가 들어오는지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길거리 CCTV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극히 일부에 그치는 범죄자 범죄 예방을 위해 만들어졌다. 오히려 인권 침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다. 그런 환자가 요구한다면 설치가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도 “그래서 환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촬영한다. 촬영된 영상도 한 달 뒤 폐기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 달 내 본인이 원하는 경우만 확인하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

◇의사-환자 신뢰 관계에 ‘악영향’

그러자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수술 집중도 하락과 의사-환자 간 신뢰 관계 하락을 불러와 사회적 손실로 야기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의사 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의사 60%는 수술시 집중도 저하를 꼽았다”면서 “국내 연간 200만건의 수술 중 60%는 CCTV 녹화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사 중 48.3%는 환자가 CCTV 녹화를 요청할 경우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받을 것을 권유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깨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욱 회장은 또 현재 의료계 내에서 외과계 기피 현상이 심각한데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그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지금 의료계에서는 흉부외과, 산부인과 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수십억의 의료배상 책임을 씌워 수많은 의사들이 수술을 포기하고 있다. 외과계 의사들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불신 조장 행위 아니야…신뢰 회복 계기 될 것”

이재명 지사는 수술실 CCTV의 설치가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 침해나 의사-환자 간 불신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환자도 대등한 계약의 당사자다. 하지만 전신 마취로 인해 돈을 내고 맡긴 측은 그 계약 이행의 과정을 전혀 알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면서 “만일 의사가 의무이행 과정을 공개했다고 해서 의사가 어떤 인권을 침해받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CCTV 설치는 신뢰의 문제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예방을 하자는 차원”이라며 “(CCTV로 인해)도립의료원에서는 최소한 인격 침해 행위는 발생하지 않을 것 아니냐. ‘우리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용도로 쓰지 않느냐’, ‘감시하기 위해서 쓰는 거 아니냐’란 생각은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오히려 선량한 대부분 의사에 대한 신뢰 회복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기종 환자연합회 대표는 “(자정역할을 할 의무가 있는)의사 사회가 그 역할을 못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면서 “얼마 전 의협 회장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의사의 권위, 신뢰 회복을 해야 한다.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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