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수술 사건 대국민 사과했지만…CCTV 설치는 ‘NO’

내부고발 제도 활성화 통해 사태 재발 막겠다

실태조사도 실시해 적발 되면 검찰고발도 추진

수술실 CCTV 설치는 여전히 반대대책 해결 마련엔 미흡

대국민사과[한의신문=최성훈 기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최근 잇달아 터진 양방 무자격자 대리수술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하는 한편 재발방지책으로 의료인 내부고발 제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리수술 근절 방안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10일 서울 용산 의협 임시회관 회의실에서 ‘무자격자 대리수술 관련 대한의사협회와 외과계 전문 학회 및 의사회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의료기관에서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이 암암리에 이뤄져 온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 앞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환부를 도려내는 단호한 심정으로 무관용 원칙의 엄격한 자정활동을 통해 동일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공동으로 추진할 것을 결의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의료계는 최근 의료기기 영업사원과 간호조무사 등 무자격자에게 대리수술을 시키다 사법당국에 잇달아 적발되면서 큰 곤혹을 겪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부산에서 정형외과 원장 A씨가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키고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지자 진료기록 등을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이 수술실 외부 CCTV를 압수해 조사한 결과 A씨는 총 9차례나 무자격자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울산에서는 간호조무사 C씨에게 지난 2014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제왕절개와 복강경 수술 시 봉합, 요실금 수술 등 총 710여 차례나 시킨 병원 원장 B씨도 적발됐다.

또 병원 원장 B씨는 무면허 의료 행위로 발생한 요양급여비 약 10억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사가 신경외과 수술에 무면허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을 참여시켜 봉합 등 수술보조를 한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그러자 의협에서도 이같은 비윤리적 의료행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꺼내들게 된 것.

의협이 꺼낸 ‘특단의 대책’이란 무자격자 대리수술에 대한 내부고발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내부 고발자에 대한 행정처분 면제와 신원 보호 조치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의협은 또 의료계 내부적으로 대리수술 실태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함께 최대집 회장은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시켜 적발된 의료인에 대해서는 의협 산하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해 검찰 수사의뢰 및 고발 조치는 물론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한 가장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이다”면서 “관련 법규 위반사실에 대해서는 수사의뢰와 고발조치를 통한 법적처벌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협 산하 윤리위원회에 부여된 가장 강력한 징계가 회원 자격정지 처분에 그치는 만큼 실질적인 징계 권한을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의협 윤리위에서 취할 수 있는 권한이 너무 제한적이다. 실효적으로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자율징계권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의협 산하에 의사면허를 관리하는 독립기구를 두고 거기서 자율 징계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자율 징계권을 부여한다면 관련 전문가들이 가장 빠르게 실효적 제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술실 CCTV 설치·운영과 관련해서는 ‘수용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그간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한 대리수술 근절 근본 대책 마련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10일 공동성명을 통해 “유령수술·무면허 대리수술 근절을 위해 전면적인 실태조사, 수술실 CCTV 설치 조치, 의사면허 제한 및 의사실명 공개해야 한다”면서 “의협은 앞으로 CCTV 설치 및 인권 보호 차원의 운영 등 수술실 내 안전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들은 수술실 CCTV 설치 법안 근거 마련을 미루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도 “유령수술·무면허 대리수술 근절을 위한 특단의 조치(수술실 CCTV 설치)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음에도 국회에서는 아직까지 관련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적발한 울산경찰청도 무면허 의료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출입구 CCTV 설치 의무화’, ‘수술실 CCTV  촬영 허용’ 등의 법제화 검토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혀 비윤리적 의료행태에 대한 근절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6일 방영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무자격자 의료행위 실태를 고발하는 ‘외부인들-통제구역 안의 비밀 거래’ 편이 방영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의료인 300명을 대상으로 익명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술실에 의료기기 업체 직원이 들어온 적 있냐’는 질문에 49.7%가 ‘그렇다’고 답했다. 복수 대답이 가능한 직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수술 준비 및 보조가 65.1%, 대리수술 27.5%이 나와 불법의료 행태가 만연해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의신문(www.akom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