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다

무제
이재성 간사(대한침구의학회)

제67회 전일본침구학회 학술대회 참관기
강의만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보 공유와 다양한 사람 만나는 자리

제67회 전일본침구학회 학술대회가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일본 오사카의 하얏트 리젠시 오사카와 모리노미야 의과대학에서 개최됐다. 전일본침구학회가 주관한 이 행사에 대한침구의학회 이은용 회장과 대한침구의학회 소속 교수들, 한의과대학 침구의학과 연구원 분들과 함께 참여했다.
대회 첫날 오전에는 ‘The 9th K-J Workshop on Acupuncture and EBM’이 개최되어 Clinical Practice Guideline(이하 CPG): An update of Recent Progress라는 주제로 양국간 학술 교류가 이뤄졌다.
이번 학술대회에 앞서 대한침구의학회와 전일본침구학회는 침구의학에 대해 의학적 근거를 만들고 이를 국제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2년부터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활발한 토론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 5월 양 단체는 학술 교류 15주년을 맞이해 침구치료에 대한 CPG의 공동 출판을 목표로 MOU(양해각서)를 조인하여 가까운 미래에 결실이 있을 것이라 밝혔다. 필자가 한의과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어졌던 교류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니 앞으로 침구의학의 미래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일본에 소개돼 뿌듯함 느껴
이번 워크숍에서는 대한침구의학회 남동우 교수(경희대학교)와 전일본침구학회 Naoto Ishizaki 교수(Tsukuba University)가 좌장을 맡았다. 국내 발표자 김재홍 교수(동신대)께서는 발목 염좌, 홍예진 선생님(경희대)은 요통, 서병관 교수(경희대)께서는 요추 추간판 탈출증에 대한 CPG를 소개했다. 최근 몇 년간 한의계에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그 결실이 바다건너 일본에도 전해지니 한의사로서 뿌듯함을 느꼈고 다른 국내의 진료지침도 해외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한편, 전일본침구학회의 Yohji Fukazawa 교수(Kansai University)는 침구 치료가 포함된 일본 CPG를 고찰하였고, Yuse Okawa 교수(Morinomiya University)는 GRADE System과 AGREE II 방법론을 통해 일본 CPG 연구의 질과 타당성을 평가했다.
발표가 끝나고는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전일본침구학회는 국내 CPG 연구와 승인 과정에서 한의사를 제외한 다양한 전문가들 특히, 양의사가 참여하는지와 양방 처치와 비교하여 우수성을 인정받는 진료지침이 있는지 질문하였고, 이원화된 국내 의료체계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한·양방 Guideline이 따로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침구의학회는 침구치료가 포함된 일본 CPG에서 침 치료의 권고 등급이 낮은 이유와 이는 문헌 고찰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지 의문을 던졌다.
특히 안면마비, 긴장형 두통 같이 국내 한의사의 상견질환에 대해 침 치료를 근거 부족으로 평가한 부분에 있어서 권고 등급을 높이기 위해 전일본침구학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였으며, 이에 전일본침구학회는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함께 고민해주기를 부탁하였다.

한·일 상호간 문제점 지적하며 나아갈 방향 함께 고민
양 단체는 활발한 학술 교류에도 부족한 면이 많이 남았다는 상황을 확인하였고, 이를 통해 침구학 발전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우호적인 관계임에도 서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모습에서 건강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이어서 오후에는 모리노미야 의과대학에서 포스터 발표가 진행됐다. 총 287편의 논문이 소개된 가운데 다양한 증례들이 보고되어 이목을 끌었다. 국내 논문들에 비해서는 연구 규모도 작고 체계적이지 못했지만, 침구 치료를 주제로 이렇게 많은 수의 포스터가 발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다. 사실 국내에서 포스터 세션을 열면 이 정도 숫자의 포스터가 접수되지 못할 것 같아서 부러운 마음도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도 로컬 한의사들이 침 치료 관련 포스터를 발표하면서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친목도 도모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국내에서는 강동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연구팀이 만성 회전근개 질환, 요추 추간판 탈출증, 안면마비 후유증 환자에 대한 매선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 연구를,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연구팀이 퇴행성 요추 협착증 환자의 한의 치료에 대한 인식을 소개했다.
또한, 경희의료원 연구팀이 FEAS 방법론을 이용한 요통에서 침 치료와 비특이성 만성 요통에서 전침 치료의 체계적 문헌 고찰을, 우석대학교 한방병원 연구팀은 안면마비에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발표했다. 약 15분간의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오전부터 시작된 학술 교류가 이어질 수 있었고, 일본에서 발표된 포스터보다 체계적이고 규모가 있는 연구를 소개되는 것을 보니 자랑스러웠다.
이날 저녁엔 전일본침구학회의 Tadashi Hisamitsu 회장의 환영 인사를 시작으로 수백명의 한일 침구 전문가들이 모여 축하 만찬을 통해 친목 도모의 시간을 가졌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침구학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보니 다시 부러운 마음이 생겼다. 국내에서도 학술대회가 단순히 강의만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보도 공유하고 다양한 사람도 만나면 어떨까라고 상상을 하였다.

200편 넘는 포스터는 곧 학문에 대한 관심과 사랑
이 자리에서 대한침구의학회 이은용 회장께서는 “오사카에 초대해주고 반갑게 맞이해주어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이밖에도 “이번 학술대회는 침구학에 있어 뜻 깊은 행사였으며, 앞으로도 침구학 발전을 위해 양 단체가 함께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 여행은 침구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느꼈던 시간이라 생각했다. 일본 참가자들에게 포스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Case study보다 수준 높은 SR이나 RCT 연구들을 소개해주어 침구과 전공의로서 자랑스러웠다. 반면에, 학술대회에 참석한 수많은 일본인들과 발표된 수많은 포스터들이 부럽기도 하였다. 물론 EBM에 있어 Case study는 근거수준이 낮지만, 200편 넘는 포스터는 곧 학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증례를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소개하면서 다른 사람의 연구와 비교하고 토론하는 과정은 침구학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근거수준이 높은 연구는 중요하지만 증례 보고와 적절한 조화가 필요함을 느꼈고, 이는 EBM과 CPG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져 침구의학, 더 나아가 한의학 미래를 밝게 해주리라 생각한다.
끝으로 여정을 함께해주신 대한침구의학회의 육태한 교수, 송호섭 교수, 남동우 교수, 서병관 교수, 양기영 교수, 김재홍 교수, 김종욱 교수, 부산대 김연학·최지원 선생, 경희대 박정렬·홍예진·전새롬·김성진·정성목 선생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대한침구의학회장이자 스승님이신 이은용 교수께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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