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판매 막지 말고 의료 서비스 질로 경쟁해야

%eb%b3%b4%eb%8f%84%ec%a6%9d-%ec%82%ac%ec%a7%84
대형마트에 치킨 너겟을 납품하던 납품업체 직원 A씨는 이 마트의 요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마트가 1년 동안 진행한 시식행사 인력, 급여, 보험료와 조리기구와 일회용품 비용 전부를 모조리 납품업체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A씨 회사를 포함한 149개 납품업체는 행사가 진행됐던 사실도 모른 채 16억 500만원을 부담했다. 2013년 한 대형마트가 실제로 납품업체에 가한 ‘갑질’이다. 거래관계 상의 ‘갑’이 하청 또는 납품업체 같은 ‘을’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 주체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비영리단체라고 했을 때, 문제는 좀 더 심각해진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의사단체의 거래 거절 요구가 그렇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대한의사협회 등 3개 의사단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11억 3700만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단체가 의료기기업체, 진단검사기관에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요구해서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인 의료업체는 의사단체의 요구를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 결과 한 글로벌 판매업체는 한의사와 거래할 예정이었던 초음파 진단기 9대의 계약을 본사 손실부담으로 파기했다. 녹십자 의료재단 같은 진단검사기관 역시 수요자인 한의사를 잃게 됐다. 비용은 소비자들이 떠안았다. 이들은 한의원을 찾아도 이들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의료 서비스 선택권을 제한받았다. 소비자의 의료 선택권 감소는 당연한 귀결이다.

한의사 의료기기는 애초부터 특정 단체가 사용 여부를 논할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의료기기 시장 규모만 봐도 그렇다. 초음파영상진단장치의 세계시장 규모는 약 46.2억 달러로 최근 7년간 연평균 3.1% 성장했다. 한의 치료에 의료기기가 있었으면 하는 요구도 무리는 아니란 얘기다. 65~88%의 국민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이런 추세를 뒷받침해준다. 의료기기 업체나 진단기관도 수요가 없는데 한의사에게 초음파 진단기기를 팔고, 한의사들의 혈액검사요청에 응하진 않았을 것이다. 중국 베이징 해정구에 있는 시위안(西苑)중의병원도 현대 과학기술로 만든 경혈·경락측정기를 사용해 체질을 분석한다. 방사과와 열적외선 검사실, X선 검사실 등도 설치돼 있다. 소비자는 그 결과 어느 병·의원을 가든 다양한 형태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시장 경제의 경쟁을 제한하는 건 정부조차 부담일 수 있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이 더 좋은 재화를 탄생시키는 경험칙을 적잖게 쌓아왔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그 부담을 이겨낼 만큼 의사단체의 거래 거절 요구가 부당했음을 의미한다. 의협은 경쟁 위치에 있는 한의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싶었을 테다. 그러나 그 시도는 ‘평평한 운동장’에서 의료 서비스로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방식이었어야 했다. 자신들과 이해가 밀접한 의료기기업체나 진단기관에 압력을 넣고, 의료업체가 그 손실을 직접 떠안게 하는 건 공정하지도 않고 의사라는 직능 집단의 역할로도 맞지 않다.

<한의신문(www.akom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